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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수사지휘 위법" 집단반발 뭐였나…윤석열 "지휘권 이미 상실"

헌정사 두번째 발동에 위법성, 불복 여부·방식 등 논란가열
尹, 이미 지휘권 상실된 상태 '형성적 처분' 규정으로 수용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2020-07-09 17:32 송고 | 2020-07-09 18:04 최종수정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도록 수용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채널A 중계차량이 멈춰서 있다. 2020.7.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도록 수용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채널A 중계차량이 멈춰서 있다. 2020.7.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채널A 사건' 관련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받아들이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두 사람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동안 검찰 내부를 포함한 법조계에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치열한 법적 논쟁이 벌어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은 법적으로 보장된 합법적 행위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검찰 조직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세계적인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 등인데, 독일에서는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사례가 없다. 일본은 1954년 법무대신이 동경지검 특수부의 정치인 뇌물 사건에 대해 불구속 지휘한 게 유일한 사례로 남아있다. 당시 법무대신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사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 장관의 사례가 두 번째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장관이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시였는데,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이틀 만에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 행사를 두고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법적으로 보장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장관이 박탈할 수 있는지를 두고 위법 논란이 일면서다. 추 장관의 지시가 위법·부당하다는 지적과 함께 총장이 이에 불복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은 꽤 오랜 기간 지속됐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은 검찰청 공무원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검사장 등은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라'는 장관의 수사지휘가 법에서 규정한 총장 지휘권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는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를 들고 나와 "검찰총장이라도 본인, 가족 또는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불복 가능성과 그 방식에 대해서도 논쟁이 일었다. '검사가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총장이 추 장관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말아야한 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이에 반해 일각에선 검찰청법 6조에 검사의 직급을 '총장'과 '검사'로 구분해놨기 때문에 장관과 총장 사이엔 이의제기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렇듯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은 장관의 수사지휘 범위와 내용의 합법성, 총장이 불복할 수 있는지 여부와 불복 방식으로까지 확대됐다.

윤 총장은 "채널A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란 상태가 발생한다"며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형성적 처분'은 법률관계를 발생, 변경, 소멸시키는 처분을 말한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되는 효력이 즉시 발생됐고, 이미 윤 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된 상태란 취지다.

이 효력을 깨뜨리기 위한 방법은 '쟁송절차' 즉 법적 다툼인데, 일각에서 추 장관을 상대로 윤 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가능성을 내놓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검찰총장의 심판 청구는 법리상 각하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

송사까지 불사할 수 없었던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로 이미 지휘권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의 자체 수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첨예한 논쟁을 매듭지은 셈이다.

윤 총장의 태도가 지휘권에 대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있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오늘 대검 입장에서 정말 이해가 안 되는건 지휘권이 발동되는 순간 형성적 효력이라 총장 수용할지 말지와 상관없이 이미 효력이 발생했다는 것 아니냐"며 "그럼 지난 일주일 수용할지 장고하고 검사장회의한 것도 다 '쇼'였던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렇다면 (윤 총장이)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일선에서도 위법 지휘 수용하는 나쁜선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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