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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 독일 전기차의 성지 츠비카우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0-07-10 06:31 송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독일 중동부의 인구 9만 소도시 츠비카우(Zwickau)는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츠비카우는 독일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도 작지 않다. 1909년에 역사상 최초로 좌측 운전대 차량을 제작했던 아우디가 츠비카우에서 출범했다. 이전에는 석탄 광산촌이었다. 2차대전 후 아우디는 서독의 잉골슈타트로 이전했고 구동독은 1958년부터 2기통 플라스틱차체 소형차 트라반트를 츠비카우의 구 아우디 공장에서 생산했다. 트라반트는 구동독 경제 낙후성의 상징물로 1990년 독일 통일 후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폭스바겐이 츠비카우에 새 공장을 지었다.
지난 2020년 6월 30일은 츠비카우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날이었다. 1990년부터 30년간 총 6,049,207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던 폭스바겐 츠비카우 공장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 것이다. 향후 츠비카우 공장은 전기자동차만 생산하게 된다. 독일에서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된 첫 대형 공장이다. 8천여 명의 종업원들은 재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기차 생산인력으로 거듭나게 되고 2021년부터 연 33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앞으로 수년간 총 600억 유로를 투자한다. 독일은 미국, 일본과 같이 2050년을 무공해자동차(ZEV) 시대 원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렇게 전기차 시대가 바짝 앞으로 다가왔다. 전기차 시장은 2015년 이래 중국시장을 선두로 연평균 54% 성장했다. 전기구동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포츠카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계열사 포르쉐는 최초의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을 얼마 전에 내놓았는데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2.8초가 걸린다. 최고 주행 속도는 시속 260킬로다. 내연 포르쉐 모델들의 최고 시속이 316킬로미터 안팎이다.

스포츠카의 지존인 이탈리아의 페라리도 2025년을 목표로 전기차를 본격 개발하고 있다. 페라리는 전기차에 소극적이었다가 2019년에 처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놓았고 같은 해 전기차 기술특허를 유럽특허청에 제출했다. 페라리가 이제 생각을 바꿔 테슬라의 로드스터에 도전하는 것이다. 전기차의 선구자 테슬라는 2019년 말부터 주가폭등으로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위의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어려운 이유들 중 하나로 심리학자들은 운전자의 정체성 문제를 든다. 환경 의식과 얼리어답터 개성이다. 이른바 ‘착한 척’과 튀는 이미지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전기차를 망설인다는 설명이다.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는 스포츠카 자체의 정체성과도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제 그 생각조차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전기차를 출시한 것이 2011년이다. 이후 국내외에서 모두 28만여 대를 판매했다. 2020년 1분기에는 총 24,116대를 판매했는데 테슬라(88,400대), 르노-닛산(39,355대), 폭스바겐(33,846대)에 이어 글로벌 4위로 선전 중이다. 누가 전기차, 나아가 플라잉카의 최강자가 되는가는 배터리에 달려있다고들 하는데 최근 현대차와 LG, 삼성, SK의 최고경영자들이 잇달아 회동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논의해 화제가 되었다.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3사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다 둘러보고 기술정보를 공유한 후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츠비카우에는 슈만 기념관과 함께 호르히(Horch) 기념관이 있다. 호르히는 아우디의 창업자다. 평생 운전면허가 없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우디라는 브랜드 이름은 그 아들의 아이디어였다. 기념관은 옛 아우디 공장 자리에 있다. 아우디는 1958년에 당시 다임러-벤츠의 계열사가 되었다가 1965년에 폭스바겐에 인수된 회사다. 폭스바겐은 토요타에 이어 이제 근소한 차이로 세계 2위 자동차 회사다. 먼 훗날 츠비카우가 독일 전기차의 성지가 되어 폭스바겐의 전기차 박물관이 들어설 법도 하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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