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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은 나홀로, 행정 업무는 같이"…보건교사들 '업무 과중' 호소

서울 보건교사 10명 중 9명 "코로나19 사태 속 과부하 심하게 느껴"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정지형 기자 | 2020-07-08 07:02 송고
지난달 2일 서울 한 중학교 일시적 격리실에서 보건 교사가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학교 방역 최전선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보건교사들이 연일 과중한 업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감염병 상황이 발생하면 교직원들이 역할을 나눠 대응하도록 한 교육부 매뉴얼과는 다르게 대부분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방역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데다 직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행정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8일 전국 3000여명의 보건교사가 가입한 보건교육포럼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 업무에 대한 보건교사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보건교육포럼 서울지부와 전교조 서울지부 보건위원회가 서울 초·중·고등학교 보건교사 5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7.5%가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 활동을 하면서 업무 과부하를 심하게 느낀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 업무와 관련해 가장 힘든 점으로는 '감염병 대응 업무 분담에 대한 명확한 지침 부재'(64.0%)가 꼽혔다.

실제로 교육부는 신종인플루엔자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발생 이후 지난 2016년 12월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각 학교가 △발생감시팀 △예방관리팀 △학사관리팀 △행정지원팀 등 4개 조직을 꾸려 대응하도록 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따르면 발생감시팀의 경우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부장급교사가 팀장을 맡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보건교사가 '감염병 발생 현황 일일보고' '밀접접촉자 조사 및 안내' '열화상 카메라 구입·설치·운영' '학생건강자가진단시스템 운영' 등 담당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무부장이 팀장을 맡고 담임교사 등이 팀원으로 참여해야 하는 학사관리팀, 행정실장이 팀장을 맡고 행정실 직원이 팀원으로 참여하는 행정지원팀 등 다른 조직에서도 보건교사가 실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매뉴얼상으로는 보건교사는 예방관리팀 업무만 전담하게 돼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4%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우옥영 보건교육포험 이사장은 "방역 행정은 모든 학교 구성원이 나눠서 하고 보건교사는 예방교육과 건강관리를 맡는 '참여 방역'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12일 경북 포항 지역 보건교사들이 남구 평생학습관 덕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포항시 보건교사 간담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스 © News1 최창호 기자

여기에 보건교사들이 10년 넘게 교육당국에 촉구하고 있는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 요구도 다시 불이 붙은 상황이다.

보건교육포럼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수도권 보건위원회는 전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학교보건법은 보건교사의 법적 직무를 '보건교육과 학생의 건강관리'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시행령상 직무를 개정하지 않아 보건교사들이 시설관리 책임자로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보건교사가 보건교육과 학생의 건강관리라는 본연의 직무에 집중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참여와 소통을 견인하는 전문가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보건법 시행령상 보건교사 직무를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보건법 15조2항은 보건교사의 직무에 대해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하부 시행령에서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 및 개선에 관한 사항'을 보건교사의 직무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보건교육포럼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김지학 경기 시흥 은행중 보건교사는 "보건교사가 정수기 관리나 물탱크 청소, 정화조 소독 같은 직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심지어 차량 2부제 관리까지 맡기는 곳도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교사에게 요구되는 보건교육이나 학생 건강관리 같은 중요한 업무가 오히려 뒤로 밀리게 되는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보건교사들이 10여년 전부터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교육부는 보건교사와 일반 행정직 공무원 간 갈등의 소지가 있다면서 물러서서 방관만 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시설관리 업무는 전문업체에 맡기고 일본만 해도 환경 전문가를 아예 학교에 배치해서 관리를 전담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은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 업무에 대한 명확한 업무 분담을 위한 입법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단체는 지난달 '학교장이 학교 시설에서 환경위생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소속 직원 가운데 관련 업무를 관리하는 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학교보건법일부개정법률안 입법 제안서를 교육당국에 전달했다.


hun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