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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학 거장' 박상륭·하루키의 작품 새롭게 만난다

[신간] 죽음의 한 연구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07-08 09:21 송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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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륭의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문학과지성사)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민음사)가 수십 년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한국 문학 거장인 박상륭(1940~2017)은 '문단의 아웃사이더' '고집불통 소설가' 등의 별칭을 가진 작가다. 그는 죽음을 통한 삶과 생명의 이해라는 형이상학적인 관념성을 소설작업의 일관된 주제로 삼았다.

'죽음의 연구'는 박상륭 문학의 정수이다. 이 작품은 1986년 단권 활판으로 초판이 발행된 이후 21쇄까지 연이어 중쇄했고, 11년이 지난 1997년에는 2판(전 2권)으로 발행돼 26쇄까지 중쇄했다. 그리고 초판을 발행한 지 34년이 흐른 지금, 3판(단권)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드디어 나는, 죽음 위에 정박한 작은 배로구나. 죽음이여, 그러면 내게 오라. 내가 그대 위에 드리운 그늘을 온통 밤으로 덮어, 그 그늘의 작은 한 조각을 지워버리도록, 육중한 어둠이여, 이제는 오라, 까마귀들로 더불어, 그러면 오라."('죽음의 연구' 본문 중)

고(故) 김현 문학평론가는 추천의 말을 통해 "'죽음의 한 연구'는 한국 문학이 박상륭을 잃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즐거움을 맨 먼저 전해줬다"며 "나는 그의 소설을 거의 일주일에 걸쳐서 정독을 했다. 그리고 완전히 감동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야말로, 내 좁은 안목으로는 70년대 초반에 쓰인 가장 뛰어난 소설이었을 뿐 아니라, '무정' 이후에 쓰인 가장 뛰어난 소설 중의 하나였던 것"이라고 했다.

박상륭은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수학했다. 1963년 단편 '아겔다마'로 사상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 새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온 책은 그의 4번째 장편이자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다. 이 작품은 하루키 월드의 시작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스타일리시하며 냉소적인 세계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세계의 끝'이란 판이한 두 무대가 서로 대비되고, 때로는 호응하며 평행으로 이어지다가 상상하지 못한 전개를 펼친다.

"세계의 끝. 내가 왜 나의 옛 세계를 버리고 이 세계의 끝에 왔어야만 했는지, 나는 그 경위와 의미와 목적을 도저히 기억해 낼 수 없었다. 무언가가, 무언가의 힘이, 나를 이 세계로 보냈다. 뭔지 몰라도 불합리하고 강력한 힘이다. 그 때문에 나는 나의 그림자를 잃었고, 그리고 지금은 마음을 잃어가고 있다."('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본문 중)

이 작품은 1985년 일본에서 첫 출간된 이후 1992년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인 김난주에 의해 '일각수의 꿈'이란 제목으로 한국에 소개됐다. 이 작품은 일본 내에서만 162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1980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이번에 새롭게 탄생한 판본은 하루키 전집 출간 과정에서 작가의 개고를 거친 새 판본으로, 김난주 번역가가 새롭게 번역한 완전판이다. 또한 책에는 이번 출간을 기념해 한국독자들에게 전하는 하루키의 특별 서문도 실렸다.

하루키는 서문에서 "이 소설의 완성을 통해 작가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자신의 스타일 같은 것도 나름 확립할 수 있었다"라며 "한국의 독자여러분께, 새로운 번역과 새 장정으로 이 소설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나로서는 무척이나 기쁘다"라고 했다.
 
하루키는 1949년 일본 교토시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제1문학부에 입학했고, 재즈카페를 운영하다가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87년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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