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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6개월-⑫]"알파고→코로나"…판커진 '디지털 대전환'

'알파고 쇼크' 겪고도 3년 넘게 AI 방치했다가 '꼴찌' 수준
코로나19로 디지털 대전환 '동력' 얻어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0-07-07 07:03 송고
편집자주 인류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전망이다. 이전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처음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을 비롯, 각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와중에 한국은 ‘코로나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 발병 6개월. 이전 6개월을 돌아보고, 이후 6개월을 내다보는 ‘코로나 6개월’ 시리즈를 22회 연재한다.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열린 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로 바둑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2016.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열린 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로 바둑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2016.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016년3월9일. 인공지능(AI) 바둑로봇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마주앉았다. 대국에 앞서 언론은 '그래도 AI가 인간을 이길 수는 없다'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으며 AI와 인간의 대결에 주목했다.
5번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초반 3번의 대국을 연속 불계승으로 이겼다. 이세돌 9단은 4번째 대국에서야 알파고를 눌렀다. AI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던 항간의 속설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세돌 9단이 승리한 한번의 대국은 AI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창의적인 방법이었고 이후 5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다시 바둑돌을 던지며 불계패를 당했다. 

알파고의 기술력을 생중계로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과 유럽, 중국의 AI 정책을 벤치마킹했다.

'알파고 쇼크'로 까지 불리며 AI는 대한민국 미래 정책의 중심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AI를 적용한 자율주행, 원격교육, 비대면 업무, 원격진료까지 하나하나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는 '계획'만 세웠고 정작 '실행'은 역부족이었다. 알파고에 대한 국민의 충격이 서서히 잊혀갈 쯤 정부의 AI 정책도 힘을 잃고 형식적인 '시범사업' 몇개만 수행한 후 끝나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악수한 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7.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악수한 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7.4/뉴스1

그로부터 3년 후인 2019년7월. 알리바바, 위워크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아시아 벤처업계의 신화적 존재로 자리매김한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은 "세계는 인터넷 시대를 거쳐 AI 시대를 맞았다"면서 "한국이 초고속인터넷에서 세계 1등을 하며 정보통신 강국으로 거듭났지만 현재 AI는 다소 늦은 상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알파고 쇼크 이후 정부와 민간 모두 'AI'를 외쳤지만 실제 이뤄놓은 것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손 회장의 눈에도 보였던 것이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의 AI 기술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수년정도 뒤처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조사한 각국의 AI 수준 조사결과 한국은 조사 대상중 '꼴찌' 수준이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모바일 고속도로를 갖춘만큼 AI 기술로 세계에 한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손 회장의 이같은 직언은 문 대통령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이후 범부처를 넘어선 '국가' 차원의 AI전략을 마련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논의한 결과 같은해 말 'AI국가전략'을 발표했다.

AI국가전략 인포그래픽© 뉴스1
AI국가전략 인포그래픽© 뉴스1

이후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했다. 국내 감염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감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됐다.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모든 것이 감염 위험 때문에 일시 중단됐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아무리 정책으로 밀고 산업계가 노력해도 되지 않던 '비대면 전환',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로 인해 단숨에 이뤄졌고, 비대면 상황에서 사람이 나서지 못하는 부분을 AI가 메꿨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엄중한 상황에서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포스트코로나(코로나19 이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ICT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과 가능성도 확인됐다"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결합하여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 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한국판 디지털 뉴딜을 시행해 5G 인프라 조기 구축과 데이터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도시와 산단, 도로와 교통망, 노후 SOC 등 국가기반시설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여 스마트화하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 사업도 적극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0.5.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0.5.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디지털 대전환'으로 요약된다.  

한국판 뉴딜은 전례없는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과거 토목사업 위주의 뉴딜이 아닌 '디지털화' 대응이 핵심인 21세기형 뉴딜을 추진해 한국 경제 구도를 고도화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기본 방향은 정보통신기술(ICT)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 대한 중점 투자와 이를 기반으로 기존 산업의 융복합을 촉진해 전산업, 전분야에 디지털 대전환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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