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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과학]당신은 성별·인종·성·나이·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나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암묵적 편견'…흑인과 총을 연결시키기도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0-07-05 16:13 송고 | 2020-07-05 16:30 최종수정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에 최근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반대하는 문구인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현수막이 걸려있다.2020.6.1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에 최근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반대하는 문구인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현수막이 걸려있다.2020.6.1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사람들에게 "당신은 성별·인종·성 정체성·나이·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나요? 편견이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당당하게 그렇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편견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건 사람들이 위선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암묵적 편견' 혹은 '내재적 태도'라고 표현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속의 편견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백인이 경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신고했다. 나중에 드러난 전후 상황은 백인이 반려견과 산책 중이었는데, 반려견에게 목줄을 매지 않았다. 흑인 남성이 목줄을 채우라고 요청했지만 여성은 거부했다. 이에 남성이 규정 위반 상황을 촬영하자 백인이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 과정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말이 반복됐고, 이 상황을 본 사람들은 이를 인종차별로 해석했다.

나중에 이 백인의 정치 후원금 내역이 알려졌는데 버락 오바마, 피트 부티지지 같은 미국 민주당 정치인이었다. 정치 후원금 지출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이 백인이 적어도 노골적으로 차별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리라 추측할 수 있다. 이 백인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짧은 순간, '흑인'이라는 인종적 특징을 뽑아내고 이를 반복해서 말하며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로 '암묵적 편견'이 있다. 바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편향적 태도다.
제니퍼 에버하트 교수의 논문 이미지, 시간이 지날수록 총의 모습이 드러나는 영상을 이용했다. (출처Seeing Black: Race, Crime, and Visual Process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4, Vol. 87, No. 6, 876 – 893 , Copyright 2004 by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0.07.03 / 뉴스1
제니퍼 에버하트 교수의 논문 이미지, 시간이 지날수록 총의 모습이 드러나는 영상을 이용했다. (출처Seeing Black: Race, Crime, and Visual Process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4, Vol. 87, No. 6, 876 – 893 , Copyright 2004 by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0.07.03 / 뉴스1

2004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제니퍼 에버하트(Jennifer L. Eberhardt) 교수 연구진은 암묵적 편견에 대한 유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심리학회의 '성격 및 사회 심리학 학술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에 발표된 "흑인 보기: 인종, 범죄, 시각 처리 과정(Seeing Black: Race, Crime, and Visual Processing)은 흑인과 폭력을 연결 지어 생각하는 암묵적 편견을 드러낸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점점 뚜렷해지는 그림 동영상을 보여주고 무슨 그림인지 맞히게 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인 현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봤는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흑인과 백인 남성 사진이 보이도록 끼워 넣었다. 연구진은 권총과 같이 범죄에 관련된 그림이 점점 뚜렷해지는 영상, 범죄와 관련없는 그림 영상을 준비하고, 흑인·백인·없음으로 무의식적 반응을 끌어낼 사진을 삽입했다. 그 결과 흑인 사진이 들어간 범죄 관련 물건 영상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무슨 물건인지 알아냈다. 거꾸로 백인 얼굴을 범죄 관련 물건 영상에 끼워 넣었을 때는 늦게 알아차렸다.
제니퍼 에버하트 교수의 논문 그래프, 흑인 사진을 끼워넣은 범죄 관련 그림에서 사람들은 빨리 반응했다. 가로축 (왼쪽부터) 백인 사진을 끼워넣었을때, 아무것도 넣지 않았을 때, 흑인 사진을 끼워넣었을 때, 세로축 점점 뚜렷해지는 그림을 인식하는 데 걸린 시간. 흰색그래프: 범죄무관 그림, 검은 그래프: 범죄관련 그림 (출처Seeing Black: Race, Crime, and Visual Process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4, Vol. 87, No. 6, 876 – 893 , Copyright 2004 by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0.07.03 / 뉴스1
제니퍼 에버하트 교수의 논문 그래프, 흑인 사진을 끼워넣은 범죄 관련 그림에서 사람들은 빨리 반응했다. 가로축 (왼쪽부터) 백인 사진을 끼워넣었을때, 아무것도 넣지 않았을 때, 흑인 사진을 끼워넣었을 때, 세로축 점점 뚜렷해지는 그림을 인식하는 데 걸린 시간. 흰색그래프: 범죄무관 그림, 검은 그래프: 범죄관련 그림 (출처Seeing Black: Race, Crime, and Visual Process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4, Vol. 87, No. 6, 876 – 893 , Copyright 2004 by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0.07.03 / 뉴스1

연구진은 이와 비슷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편견이 부지불식간 작용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 연구는 단순히 흥미로운 연구가 아니라 심각한 현실 문제로 연결된다. 부지불식간 편견이 작용해 흑인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행동을 총을 꺼내는 행동으로 오인하게 만들고 경찰이 반사적으로 사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지불식간 일어나는 편견은 피부색뿐 아니라 다른 기준을 가지고도 작동된다. 지난 2일 뉴욕대학교(NYU) 심리학과의 안드레이 심피안(Andrei Cimpian) 부교수와 공동연구진은 실험 사회심리학 학술지(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남성이 여성에 비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암묵적 편견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심리학계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온 암묵적 연관 시험(Implicit Association Test, IAT)를 이용했다. 이 시험법은 사람들에게 그림이나 문구를 주고 최대한 빠르게 분류하도록 하고 그 속도를 측정해 사람들이 한 개념과 다른 개념을 자기도 모르게 연관시키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험법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버튼을 주고 남성적 범주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빨간 버튼을 여성적 범주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파란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그리고 똑똑함, 명석함, 어리석음, 멍청함 같은 표현에 대해서도 빨간 버튼과 파란 버튼으로 분류하게 만든다. 이렇게 연습이 끝나면 본격적인 테스트를 한다. '남성-똑똑-여성-똑똑-멍청-남성-여성-똑똑'과 같이 자극 요소를 마구잡이로 섞어 버튼으로 분류하게 만든다. 익숙해지거나 한쪽 손의 반응 속도가 더 빠른 것 등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버튼을 바꾸기도 하고, 분류를 바꾸기도 하면서 여러 번 반응 속도를 측정한다.

이 방법은 서로 연관이 있는 것을 연속적으로 분류할 때 자연스럽다고 느껴 거부·지연 반응 없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세계 78개국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여성보다 남성을 똑똑함과 연결시키는 고정관념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여성-집, 남성-직장이라는 편견도 무의식중에 작동한다는 점 또한 분석해냈다.

연구진은 이 테스트와 함께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똑똑한지 등 고정관념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고정관념이 없다고 답했지만, 암묵적 편견 테스트를 했을 때는 결과가 반대였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미묘하게 가지고 있는 자신의 편견을 인정할 가능성은 작다"며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하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내재적 검사 한국어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Copyright IAT Corp.2020.07.03 / 뉴스1
(내재적 검사 한국어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Copyright IAT Corp.2020.07.03 / 뉴스1

뉴욕 대학교의 연구진이 밝혔듯 자신이 어떤 편견 혹은 편향적인 태도를 가졌는지는 측정하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는 이러한 내재적 태도에 대한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모으고 사람들이 가진 편견을 스스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체중 △성 △나이 △성 지향성 △인종 △국가 △피부색 등에 대한 암묵적 연관 시험(IAT)을 여러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검색 엔진 등에서 '내재적 연관 검사'나 '내재적 태도 프로젝트' 등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암묵적인 연관 시험 결과, 내 안의 편견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암묵적 편견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생에 걸쳐 만들어지므로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 다만 노력을 통해 더 '공정'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제니퍼 에버하트 스탠퍼드 대학교수는 공정한 법집행을 해야할 경찰이 어떤 편견에 치우쳐 있는지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동시에 경찰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개개인의 노력이 더해질 때 더 공정한 세상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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