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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의 입시 리포트] 학생부전형 비중 67%, 이과 기피 불렀나?

(서울=뉴스1)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2020-07-05 09:00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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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교육부는 미래 유망분야를 선도할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 인공지능(AI) 대학원과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확대·운영한다고 발표했다. 2021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 첨단학과 학생 정원을 45개 대학 4761명으로 확정했다.
자연계열 학과로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기는 하나 최근 4개년 지표를 보면 고교 학생들의 자연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현상이 보인다.

최근 4개년 수시모집 자연계열 학과 지원자 수를 보면 2018학년도에 50.6%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해 2020학년도에는 48.5%로, 2017학년도보다 낮아졌다. 인문·예체능 학과 지원자는 각각 38.9%, 12.6%로 대체로 증가추세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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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개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별 접수현황을 살펴봐도 과학탐구 접수자가 2018학년도를 정점으로 2020학년도에는 44.1%로 감소했다. 사회탐구 접수자는 54.7%로 증가했다.

대입 수시모집 계열별 지원자수·비율과 수능 접수 현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첫번째, 예체능계열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습하기 편한 사회탐구를 접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 지원자를 합친 비율은 매년 약 50% 내외다.
두번째는, 수능 사회탐구를 접수한 지원자가 자연계열 학과로 교차지원하는 현상이다. 해마다 사회탐구 접수인원의 약 5%가 자연계열 학과로 지원한다.

4년제 대학 정원 내 31만3233명 중 15만2994명(48.8%)인 자연계열, 12만3079명(39.3%)인 인문계열, 3만7160명(11.9%)인 예체능계열 등 계열별 모집인원과 비율, 논란이 있었지만 2016년 인문·예체능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 확대와 학내 구조조정을 지원한 사업인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최근 교육부의 첨단 분야 인재 10년간 8만명 양성 등을 고려하면 대학입시에서 자연계 학과들의 선호도가 높아져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선호도가 낮아지고 자연계열 선택자가 감소하고 있다.

수능에서 과학탐구 접수자 수, 수시모집 자연계열 지원자 감소에 대한 원인을 하나로 단언할 수는 없다. 단,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중심 전형 선발인원 비율이 높고,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내신의 중요성이 늘어난 최근 입시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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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입의 경우 수시모집 비율이 77.3%이고 수시모집 중 학생부 중심 전형 비율이 88.1%다. 전체 선발인원 중에서도 학생부 중심 전형은 66.9%를 차지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내신성적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입시구조다.
  
현 고교 내신은 9등급 상대평가 체제이기 때문에 학생수가 많으면 좋은 등급을 따기 쉽고 적으면 어렵다. 예를 들어 2019년 관악구 M고 고3의 경우 인문계열은 128명, 자연계열은 57명이다. 좋은 내신을 얻을 확률은 인문계열이 높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생부 중심 전형 비율이 약 67%를 차지하는 대학입시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표준화된 시험인 수능보다는 각 개별 고교의 특성에 맞는 내신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선택자가 많은 인문계열 집중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과목별 성취도가 등수가 아닌 시험 점수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은, 시험 문제를 쉽게 출제해 다수의 학생이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성적 부풀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잠시 도입됐던 내신절대평가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선발을 해야하는 대학 입장에서 학생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대학별고사와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2005학년도부터 다시 내신 상대평가가 도입됐다.

대입 수시모집 입시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이 강연을 듣는 모습. (뉴스1DB) © News1 오대일 기자
대입 수시모집 입시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이 강연을 듣는 모습. (뉴스1DB) © News1 오대일 기자

고교교육을 담당하는 일선 선생님들은 이전에 비해 학생들이 고교교육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하다 평가할 수 있으나 대학입시의 관점을 학생으로 바꿔 생각해 보자.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등을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고3의 특징'에 따르면 고3 학생이 기대하는 교육수준은 4년제 이상 대학이 64.9%, 대학교육의 목적은 학년에 관계없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52.6%가를 넘었다. 10년 전 자료이기 때문에 최근 불경기를 감안하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의 기대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을 것이다.

현 대학입시에서 불경기에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원하는 학생들은 내신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높은 내신을 얻기 위해서는 선택자 수가 많은 인문계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고교에서 자연계열은 상대적으로 선택자가 인문계열보다 적기 때문에 좋은 등급을 받을 확률이 낮다. 학생부 중심 전형이 대세인 현재 대학입시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입시는 학생부 중심 전형 선발인원 비율이 커서 학생들은 학생부 외에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내신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이 때문에 학생·학부모를 중심으로 내신에서 한번의 실패는 곧 대학입시에서 실패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들을 위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위한 옳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고교교육 중심의 학생부 중심 전형, 질풍노도의 시기에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했던 학생들을 위한 수능 위주 전형, 두 전형의 점이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위한 대학별고사 전형 등 적당한 황금비율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참고로 2018년 계열별 고등교육기관 취업률은 공학계열 71.7%, 자연계열 64.2%, 사회계열 64.2%, 인문계열 57.1%이다.

강연하는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강연하는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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