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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삼성·잠실 허가제 묶으니 '꽁꽁'…수요 인근으로 '슬금슬금'

강남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1주일, 규제지역 매수세 급감
인근 규제 피한 도곡·역삼·신천동 등 수요 이동·호가 상승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0-06-30 06:05 송고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모습.©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모습.©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잠실동 등 규제 지역의 아파트 매수세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반면 규제를 피한 인접 지역에선 대체 아파트를 찾아 수요자들이 이동하면서 집값이 오르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강남권 중개업계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강남구, 송파구 등 규제 지역 아파트의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총 14.4㎢)을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규제 지역에서 대지지분 면적 18㎡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전세를 낀 갭투자가 원천 봉쇄됐다.

이들 지역에선 규제 시행 직전까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려는 '막차수요'가 몰려들면서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올랐으나 규제 효력 발생일 이후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분석(29일 기준) 결과, 강남구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후 효력 발생 전(17~22일)까지 아파트 거래가 19건에 달했으나, 23일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거래 신고도 올라오지 않았다. 허가제 시행 전 6일간 17건이 거래된 삼성동도 아직 거래 신고가 1건도 없다.
규제지역 중 송파구 잠실동만 단 1건 실거래 신고가 올라왔다. 잠실동의 규제 직전 거래량이 26건인 것을 고려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으로 갭투자 자체가 막힌 데다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불편함이 생기면서, 잠실5단지나 엘스, 리센츠 등 잠실동 인기 단지들도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달리 규제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인접 지역 일부 단지에선 대체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이 이동해오면서 매수세가 늘고 호가가 오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대표 단지인 파크리오 전용면적 144㎡ 주택형은 26일 최고가인 22억4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호가가 그 이상까지 올랐다. 이 단지는 행정동상 잠실이지만 법정동으론 신천동이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36㎡도 23일 17억8000만원에 팔린 뒤 호가가 19억 이상까지 올랐다.

허가제 구역인 잠실동에선 규제에서 제외된 소형 아파트가 최고가에 거래돼 '풍선효과'를 예고하기도 했다. 잠실 리센츠 전용 27㎡는 24일 11억1000만원에 실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리센츠 전용 27㎡는 대지지분이 약 13㎡라, 규제 기준인 18㎡를 넘지 않아 허가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강남구에선 허가제 시행 이후 대치동과 삼성동, 청담동 매수 문의는 줄었고, 인근 개포동과 도곡동, 역삼동의 매수세가 늘어난 모습이다. 도곡동 인기 단지인 '도곡렉슬' 전용 84㎡는 6·17 규제 전 호가가 23억~24억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25억5000만원 이상까지 호가가 올랐다.

도곡동 B공인 관계자는 "도곡동이나 역삼동은 대치동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어 대체 지역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매물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 구역의 경우 거래 자체가 제한을 받아 당분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이로 인해 강남 주택시장 전반이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어든 만큼 인접 지역은 희소성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없이 규제책만 나열하면 시장에는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강남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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