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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살인범 안인득의 ‘포커페이스’와 유족의 눈물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2020-06-25 10:02 송고 | 2020-06-25 14:30 최종수정
강대한 기자.© 뉴스1

‘포커페이스’. 포커 게임을 하면서 내가 좋은 패를 가졌음에도 표정으로 상대에게 읽힐까봐 게임 내내, 심지어는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무표정하게 있는 상태를 말한다.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감형된 안인득이 그러했다.

안인득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최대 쟁점 사안이었던 안인득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형이 선고됐을 때 안인득은 “조작이 심하다”고 흥분하며 법정에서 난동을 피웠다. 안의 이 같은 돌발 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범행 후 경찰에 붙잡힌 뒤 신상이 공개되며 언론에 노출됐을 때에도 안인득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여과 없이 표출된 그의 분노가 그대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의 안인득은 조금 달랐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김진석 부장판사)는 24일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인득의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안인득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한 것이다. “피해망상·관계망상 등으로 말미암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안인득의 주장이 먹혀 들어간 셈이다.

이날 안인득은 쉽게 감정 폭발을 드러냈던 예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형을 면하는 재판장의 선고에 '조용'했고 얼굴에도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안인득과 같은 공간에 있던 피해 유족들은 선고에 모두 넋이 나간 듯 한동안 멍 하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법정을 빠져 나오자 고개를 떨궜고, 이들 중에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우는 이들도 있었다.

조심스레 항소심 판결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 아무 말 없이 손사래를 치거나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포커페이스의 안인득과 달리 유족들의 얼굴에서 분노를 넘어선 허탈함, 허망함을 읽을 수 있었다.

‘심신미약’을 두고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을 달리하면서 유족들과 안인득의 좁힐 수 없었던 그 간극은 더욱 벌어지게 됐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판결문을 받아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대법관들은 안인득의 심신미약을 놓고 어떻게 해석할지. 안인득의 포커페이스가 계속 유지될지 지켜볼 일이다.


rok18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