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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청원'도 의미 있다고? 천일 넘은 국민청원 논란 '여전'

[靑국민청원 명과 암] 백명 사전동의 받아도 거짓 청원 못걸러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2020-06-20 09:05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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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1000여일이 넘게 '현대판 신문고' 역할을 해 온 청와대 국민청원이 계속해서 몸살을 앓는 모양새다. 다름 아닌 거짓, 가짜 청원 때문이다.

가장 최근 거짓이 드러난 청원은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청원인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주민의 아들인 초등학교 5학년생이 자신의 25개월 된 딸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청원에는 약 한 달간 53만여명이 동의를 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30일 동안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각 부처 및 기관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관련 책임자들이 답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해당 청원인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경찰이 내사를 진행한 결과, 이 청원은 '경기 평택지역에 거주하고 두 딸을 뒀으며 그중 25개월 된 딸이 있다'고 소개한 부분만 진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청원인 A씨(30대·여)를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실제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내놓은 '데이터로 보는 국민청원'(2017년 8월19일~2019년 10월20일 기준)에 따르면 일평균 24만여명이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방문해 851건의 청원을 올리며, 11만여명이 동의를 표한다. 문제는 이중에 이같은 거짓 청원이 섞여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에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게 성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가 하루만에 "장난으로 글 썼다"는 사과를 담은 청원이 올라오는 일이 있었다.

또 지난해에는 동생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청소년 남녀 무리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으나 이들의 부모가 고위직에 있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한다는 내용의 가짜 청원, 동거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거짓 청원 등도 올라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민청원의 '양면성'이라고 설명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민청원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수 없는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경우가 많다"며 "본인들의 이익, 얻고자 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청원을 활용하다 보니 가짜청원이 올라온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서 엄격한 기준을 만드는 것은 반대했다. 그는 "청원을 올리다가 신분이 노출돼 위험에 빠지거나 불이익 당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청원이 원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없다"며 "정부 당국이나 청와대가 가짜청원이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청원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도 최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누구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이라는 데가 항상 깨끗하게 관리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공론장을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거짓 주장이 오래 수명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거 아니에요'라고 하는 게 반드시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론장의 특성상 국민들의 뜻을 모아내고 담아내는 가치가 있다면 이런 것들을 같이 신경 써주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아무리 거짓 청원일지라도 짚어볼 의미가 있다면 이를 계기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결국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 정부의 국정 철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청원을 올리는 이들의 자정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자신이 동의한 청원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추후 정말 동의가 필요한 다른 청원에 동의하기를 꺼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같은 문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3월말부터 국민청원 방식을 일부 수정한 '국민청원 시즌2'를 운영하고 있다. 중복·비방·욕설 등 부적절한 청원 노출을 줄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기 위해, 100명의 사전동의를 받아야만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되는 식이다. 단, 청원실명제 도입은 유보됐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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