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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2등 채이배의 '32.7%'…작지 않은 울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0-06-19 07:36 송고 | 2020-06-19 08:57 최종수정
채이배 전 의원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회장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 서류를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0.5.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17일 치러진 제45대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선거에서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중 한곳인 삼일회계법인의 김영식(63) 대표이사가 39.9%(4638표)의 지지를 얻어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 이변은 없었지만 눈에 띄는 부분들도 있었다.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64.9%)를 기록했고 시민단체·정치권 출신인 40대 채이배(45) 전 의원이 깜짝 등판해 32.7%(3800표)를 득표하며 838표차로 1위 김 대표를 목밑까지 추격했다.

채 전 의원은 이번에 60대 후보 4명과 각축전을 벌인 유일한 40대 후보였다. 젊어지고 있는 회계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는 기대가 지지로 이어졌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 몸담다 오랜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그가 선거운동을 한 게 한달 남짓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회계사 채이배'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회계업계는 보수적이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집단이다. 단적으로 2년 전인 2018년 처음으로 회계법인에 노동조합이 생겼을 정도다.

그러나 기업과 감사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회계사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들은 분식회계와 같은 회계부정을 저지르기 쉽고 이로 인해 시장경제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젊은 감각이 회계사에게도 필요한 세상이다. 이제는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새로운 감사기법에도 친숙해져야 한다.

마침 한공회 회원 중 40세 이하 청년이 약 70%로 늘어났고 회계법인의 여성 임원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서 변화 속 부흥도 기대할 수 있는 회계업계가 됐다.

단순히 채 전 의원이 젊어서가 아니라 그의 평소 행동들이 보수적인 회계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져 3800명의 지지를 얻었을 것이라고 본다. 한공회 여성위원회 위원이라는 그의 경력도 여성 회계사들의 표심을 움직이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사실 '국회의원 채이배'도 남달랐다. 점심에는 도시락, 저녁에는 치맥(치킨+맥주)을 앞에 놓고 젊은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 그 흔한 수행비서도 1명 없었다. 300명 의원 중 몇 안 되는 BMW족(B·버스, M·메트로·지하철, W·워킹·걷기)으로 20대 국회 4년 내내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료 의원들의 귀감이 됐다.

선거 전에 기자와 만난 한 40대 회계사는 "채 전 의원이 업계를 떠나있었지만, 대부분 젊은 회계사들은 그의 행실을 알고 있다. 청년·여성 회계사들의 목소리가 많아져 보수적인 회계업계가 한바탕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식 회장도 채 전 의원의 득표율을 염두에 둔 듯, 당선 직후 한공회 내 청년·여성위원회의 위상을 격상시키겠다며 기존 공약을 구체화했다.

김영식 회장은 나아가 한공회 이사회와 평의원회, 각급 위원회 등에 청년과 여성 회원의 참여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늘려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 개진을 유도하는 한편, 청년 회원의 공공분야 진출과 여성 회원의 전문활동 지원 등 기존 공약을 보다 구체화해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채 전 의원이 받은 32.7%의 지지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채 전 의원은 선거 레이스 막판 한공회 일부 인사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불만을 표하면서 김영식 회장의 회계개혁과 한공회 개혁이 미진할 경우 2년 후 회장 선거에 다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박응진 뉴스1 금융증권부 기자.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