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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뱅크' 대신 '네이버통장' 선택한 네이버…노림수는?

금융업 진출에 '혁신금융' 명분…"신파일러 아우르겠다"
이용자 금융정보 쓸어모으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눈독도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0-06-15 07:15 송고 | 2020-06-15 09:31 최종수정
분당 판교 네이버 사옥. © News1 민경석 기자

카카오와 더불어 '1순위 후보'로 꼽혔지만 '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내지 않았던 네이버가 통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예대마진이 핵심인 은행업 대신 막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를 겨냥한 금융 혁신에 주력해 테크핀(기술+금융) 시장의 최전선에 나설 전망이다. 

네이버의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수시입출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을 지난 8일 출시했다. 

업계가 주목한 건 통장 출시 자체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의 발언이었다. 그동안 '국내 최대 IT 기업 네이버가 금융 시장에서 과연 뭘 할 거냐'는 궁금증이 증폭돼 왔는데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신파일러'를 위한 금융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초년생과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테크핀 기업만이 할 수 있는 '혁신 금융'은 네이버가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명분이다. 

국내 검색 포털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네이버는 지금껏 내놓는 서비스마다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가 기존 금융권과 별다른 차별점 없이 시장에 진출해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대로 '예대마진'이나 노린다고 하면 거센 비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인 것이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뛰어들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네이버의 힘은 단연 데이터다.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 가입 시 요구되는 개인정보는 물론 이용자들의 검색·쇼핑·결제 이력 등 온갖 데이터를 쥐고 있다. 

최 대표가 언급한 '신파일러'도 네이버의 이러한 데이터 기반으로 '씨크 파일러'(thick filer·금융이력이 풍부한 자)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금융기업의 획일화한 기준에 따라 1금융권에선 신용대출 서비스가 아예 불가능하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받아야 했던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자회사 앤트 파이낸셜(개미금융)은 '즈마(芝麻·참깨)신용'이라는 신용 평가 시스템을 도입, 고객의 전자상거래 결제내역이나 신용카드 연체 여부, 통신비 및 각종 요금 납부 상황, 모바일 결제내역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적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주한 중소업체는 판매 실적이나 대금 결제 상황에 따라 신용등급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한다.

이는 네이버파이낸셜도 마찬가지로 적용 가능하다. 네이버 쇼핑 이용자들의 결제 내역이나 인터넷 상점 '스마트 스토어'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거래 기간·결제 지연 정도에 따라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시중은행들도 신파일러를 위한 금융을 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기껏해야 통신사로부터 통신비 내역을 받는 정도로 정보수집이 제한적이었다"며 "IT기업이 기존 금융권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만약 신용대출 서비스를 하려면 네이버통장처럼 협력사를 통해 '우회 진입'하거나 금융위로부터 대부업 라이선스를 따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서비스에 대해 최대 4년간 인가·영업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유예·면제해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네이버는 상반기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일반 이용자들도 적은 금액으로 할 수 있는 주식이나 보험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내놓을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업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직접 라이선스를 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신임 대표. © 뉴스1

네이버가 금융시장 본격 진출을 앞두고 이용자들의 금융정보를 쓸어모으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도전장을 낸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고객이 동의하면 각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하나의 앱에서 통합 조회·관리하는 것으로, 지난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7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관리하기 원하는 이용자들을 끌어모으는 동시에 카드·은행·보험업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고객의 카드 결제내역이나 은행 계좌 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를 포함한 116개 회사가 사업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전화영업처럼 직접 마케팅에 쓰이진 못하더라도 정보를 가명화해 통계적·공익적 연구에 활용하는 건 가능하다. 겸영업무 허가를 받는다면 상품자문이나 대출중계를 할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얼마나 허가할진 정해지지 않았지만 10개는 넘는다.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며 "회의체인 마이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에서 금융사가 제공하는 정보 범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