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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피케티가 말하는 부(富)의 비밀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20-06-05 18:47 송고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뉴스1
코로나19로 주가가 큰 폭으로 변동 하면서 투자 관련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선배님 한 분은 8년 전에 투자 책을 썼는데 8년 동안 팔린 것보다 최근 두 달 새 팔린 게 더 많다고 합니다. 부자 되는 법에 관한 책도 잘 팔립니다. 다들 돈을 벌고 싶어하지만 정작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건 경쟁이 치열하여 답이 잘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모두 돈을 벌고 싶어하기에 돈을 버는 확실한 답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엄청난 문헌을 조사해서 부자 되는 법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170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0년 기간의 부(富)의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사실 피케티는 부의 비밀에 관해 쓴 게 아니라 부가 불평등한 이유를 밝히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부의 불평등 분석을 부를 이룬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부의 비밀인 셈입니다. 이 책에서 부의 축적 이유를 세 가지 정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자본을 가져야 합니다. 피케티는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고 했습니다. 높은 자본수익률과 자본의 집중이 불평등의 원인이라 보았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역시 자본으로 인한 불평등을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자본은 기계처럼 생산에 사용되는 생산자본을 말합니다. 토지로 인한 불평등을 주장한 헨리 조지는 토지가 불로소득의 원천이라 보았습니다. 반면 피케티는 생산자본, 토지자본을 모두 포함한 것을 자본이라 보고 있습니다.

신기하게 자본수익률은 2천년 동안 4~5% 사이에서 머물러 높은 수익성을 보였습니다. 이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저축을 예금자산보다는 장기적으로 생산자본이나 토지자본을 갖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생산자본은 주식을 통해서 지분을 획득할 수 있으니 결국 주식, 부동산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상속을 잘 받아야 합니다.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은 19세기 유럽이 배경인데, 상속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당시는 자신의 노동소득으로 돈을 벌기에는 한계가 있고 누군가에게 거액의 상속을 받는 게 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시대 유럽 소설에서 상속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소설 <제인 에어>에서 주인공은 모든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내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유산이었습니다. 소설 후반부에 숙부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 받게 되면서 한쪽 팔과 눈을 다친 로체스터를 찾아 가 결혼을 하고 불행한 삶을 행복한 삶으로 반전시킵니다.

실제로 당시 프랑스에서는 한 해 상속재산이 국민소득의 20%에 육박했습니다. 우리나라로 보면 매년 360조원 정도는 상속된다는 것입니다. 어마어마 합니다. 이 비율이 1·2차 세계 대전 후 좀 낮아지는 듯 하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자수성가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소득 대비한 상속재산의 비중은 낮아집니다. 성공한 벤처 기업가나 대기업 CEO들의 연봉을 보면 상속재산 없어도 사람 하나 똑똑하면 큰 부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혁명이나 전쟁 없이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상속의 비중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를 이루는 데 상속의 중요성은 여전한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재산을 안전한 곳에 두어야 합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이나 임금상승률보다 높고, 국민소득에서 상속재산의 비중이 높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1900~1950년대 기간에는 예외적으로 그 수치가 뚝 떨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세금과 자본 손실을 공제한 자본수익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집니다. 1·2차 대전으로 자본이 대폭 파괴되었고 세율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자본 손실과 세금을 공제한 자본수익률은 1%로 경제성장률 2%보다 낮습니다.

프랑스에서 국민소득 대비 상속액의 비중이 19세기 20%에서 1·2차 대전 후에는 2%까지 낮아집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보유 재산의 손실을 크게 입었던 때입니다. 우리나라도 한국 동란을 거치면서 몰락한 부자가 많습니다. 이처럼 전쟁은 재산의 질서를 바꾸어 버립니다. 돈 1억원을 연 5% 이자로 200년 두면 1조 7천억원이 됩니다. 고조 할아버지가 1억원 예치해 놓으면 후대가 1조 7천억원을 갖게 되는 거죠. 이런 꿈 같은 이야기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재산이 장기간 온전히 보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시킵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전쟁은 재산을 파괴한다는 뜻입니다. 재산을 온전하게 보전해서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전쟁, 대공황, 혁명, 약탈 등이 없는 우량한 곳에 자산을 두어야 합니다. 그 곳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면 몇 군데로 분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유럽에서 추방되거나 학살당한 유대인들은 2차 대전 후에 미국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재산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의 자산도 장기적으로 우량한 곳에 분산해 두는 게 필요합니다.

결론을 맺습니다. 피케티는 높은 자본수익률이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원인이라 보았습니다.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본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본축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본의 대물림에 해당하는 상속, 그리고 그 자본이 파괴되지 않는 곳을 선택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바로 ‘부(富)의 비밀’ 3가지 입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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