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9억원 이하 아파트 얼마나 올랐길래…집값 반등 주범됐나?

규제 풍선효과로 거래 비중 늘고 집값 상승 폭 확대
"가격 상승 피로감↑…경기침체로 주택시장 불확실성 잔존"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0-06-05 06:15 송고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News1 박지혜 기자

시세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서울 집값 반등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거래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한국감정원의 '6월 첫째 주(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를 기록, 9주 만에 보합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3월 다섯째 주 하락한 이후 8주간 하락세를 이어오다 이번 주 들어 하락세를 멈췄다.

감정원 측은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하락세가 진정됐고,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상승하면서 보합 전환했다"며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집값 반등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서초구(-0.04%), 강남구(-0.03%), 송파구(-0.03%) 등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이 포진한 곳은 급매물 소진 이후 낙폭이 일부 줄긴 했으나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동대문구(0.03%), 노원구(0.01%), 구로구(0.07%) 등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위주인 곳은 상승 전환하거나 상승 폭을 키워 전반적인 상승세를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경기침체 우려에도 중저가 아파트가 상승세를 지속한 이유에 대해, '풍선효과'와 '집값 키 맞추기'를 꼽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강남 아파트를 필두로 서울 집값이 연쇄적으로 오르자, 집값 상승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고가 주택을 겨냥해 규제를 가했다. 9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줄이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아예 대출을 막았다. 보유세도 대폭 높였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그러자 비강남권 저평가 지역이나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이들 집값이 키 맞추기 식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 내역 분석 결과,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량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76.6%였으나, 올해 3월(83.7%)과 4월(81.1%)엔 80%를 넘어섰다. 지난달엔 고가 주택 급매물이 일부 소진돼 77.4%로 줄긴 했으나, 여전히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다.

수요가 이어지면서 집값도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비교한 KB부동산의 '5분위 평균 아파트값' 조사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포함된 5분위(상위 20%) 아파트값은 지난달 18억320만원으로 전월(18억794만원) 대비 0.26% 떨어졌으나, 9억원 이하 아파트가 포함된 3~1분위 아파트값은 0.42~0.98% 올랐다. 누적 상승률로 보면 15억원 초과 5분위 아파트는 올해 2.36% 올랐으나, 9억원 이하 3~1분위 아파트는 7~8% 올라 상승 폭이 3배가량 컸다.

지역별로도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가 포진한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국감정원의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통계에서 전체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14% 떨어진 반면, 구로구는 1.48%, 강북구 0.90%, 노원구 0.86%, 도봉구 0.81% 올라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9억원 이하 아파트도 최근 가격 상승 피로감이 커져 추격매수가 주춤해진 데다, 정부의 규제 기조가 지속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도 갈수록 심화해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로 뒷걸음질 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4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9933억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중간값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는 등 중저가 단지도 가격 상승 피로감이 커졌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전·월세 규제 등 규제 기조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경기침체가 와닿지 않고 있으나,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경우 집값도 단기에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