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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수사 공정했나' 심의 앞둔 檢…영장청구 적절한가

檢 "이미 정해둔 방침일뿐…심의위 개최 영향 없다"
"검찰이 만든 예규, 스스로 무력화…성급했다" 비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박승희 기자, 류석우 기자 | 2020-06-04 17:44 송고 | 2020-06-05 09:56 최종수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5.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5.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합병 의혹'과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하자 검찰이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서는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했을 뿐이란 입장이지만 외부에서는 '수사심의위 신청 권리'를 무력화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4일 오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등의 외부감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을 소환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 17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검찰은 이미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삼성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히 진행됐어야 할,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 내부에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이 아니고, 혐의가 중하고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으니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중앙지검에서 영장 청구하는 것으로 의견이 왔고 재가를 한 것"이라며 "중앙지검과 대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보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삼성 측이 2일 오후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하기 전 이미 보고를 받고 3일 재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지휘부의 승인을 받아 대검찰청까지 보고하고 재가가 이뤄지기까지 약 5일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영장청구가 삼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과 무관하며 수사심의위 개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재차 강조했다. 삼성 측에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목적은 '기소' 및 '수사 계속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지 신병처리에 관련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소제기 여부 등 심의를 위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부의심의위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를 열기로 결정만 하면 이 부회장이 구속되더라도 구속만료 기간인 20일 안에 결론을 내기에 큰 무리는 없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심의위를 이유로 계획했던 영장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 신병처리를 앞두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해 영장심사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0.6.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0.6.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그러나 이번 영장청구가 결과적으로 삼성의 예상치 못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영장청구를 하더라도 수사심의위가 열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구속영장 청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부회장이 혐의를 갖고 있다는 예단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삼성 측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 검토와 국민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내부적으로 정해져있었더라도 수사심의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소집 신청을 한 지 이틀 만에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내린 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수사팀이 너무 조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사자가 수사심의위를 열자고 신청하면 적어도 중앙지검에서는 심의위를 여는 게 적절하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심의위를 열어서 영장청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영장청구를 못하니 그 부담을 피하려는 것 같다"며 "기록상 명백하고 자신이 있으면 시민을 설득해 결론을 받아내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도 "수사심의위에서 검찰과 다른 의견이 나왔을 때 윤 총장이 지검장 시절부터 시작한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다"며 "윤 총장 입장에서 이번 영장청구는 심의위 의견을 따를지 수사팀 의견을 따를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대검이 만든 예규와 절차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영장청구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검찰은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의 정당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유리하고, 기각되더라도 그 사유가 범죄사실 소명됐다고 하면 기소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등 검찰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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