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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 속 또 '백두혈통' 대남 비난…올해 두 번째

최고위급 담화로 무게감 증가
교류협력 불씨 지폈으나 냉각기 이어질 듯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20-06-04 10:25 송고 | 2020-06-04 14:51 최종수정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2018.2.10/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2018.2.10/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4일 대남 비난 담화는 지난해부터 경색된 남북관계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표면적으로는 탈북자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내놨다. 일부 탈북자 중심의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삐라)을 살포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며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담화에 내포된 속내는 우리 정부를 향한 불만 표시다. 대북 전단 살포를 정부가 나서서 차단하지 않는 것을 두고 우리 정부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표현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며 "남조선 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과 같은 때에 그쪽 동네에서 이렇듯 저열하고 더러운 적대행위가 용납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를 방치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예민하게 대응해 왔다. 체제 경쟁을 했던 과거와는 결은 다르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하며 남북관계 주도권 다툼에 있어 하나의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기도 한다.

김 제1부부장이 이날 대북 전단 문제를 '콕 집어서' 비난 담화를 낸 것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여러 전략적 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을 겨냥해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 담화를 시작한 것은 최근 남측에서 탈북자 출신의 국회의원이 배출되는 등의 현상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이날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게재됐는데, 이는 메시지의 효과를 높임과 동시에 주민들에게 시사하는 대목도 포함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은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에 앞서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구체적으로 관련 사안에 대응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담화는 올해만 두 번째다. 그의 명의로 발표된 담화는 총 세 번이며 모두 올해 나왔는데 그중 두 번이 대남 담화다.

지난 3월 자신의 명의로는 처음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그는 "청와대는 완벽하게 바보스럽다"라며 북한의 당시 군사 행보에 대한 우리 측의 비판을 반박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비난을 가했다.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인 '백두혈통'의 명의로 나온 비난 담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2018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최근 판문점 관광 재개 추진 및 접경지 일대에서 시작하는 교류협력 사업 등에 불씨를 지핀 상황에서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 나온 것은 더더욱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사안에 대한 분석이 정반대로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장기 냉각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여전히 대남 사안에 대한 입장을 최고위급 인사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는 것은 남북관계가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완전 철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며 대북 전단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는데, 남북 간 주요 소통 창구와 현안을 언급한 것 자체가 외교적 협상과 대화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또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진 않았을 것"이라며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한다"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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