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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당, 개원은 '법대로' 징계는 '맘대로'

(서울=뉴스1) 이준성 기자 | 2020-06-03 19:01 송고 | 2020-06-04 09:13 최종수정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 News1 박세연 기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달 25일 국회 본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가 열리던 날,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국회법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갈 것을 천명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같은 날 '일하는 국회 추진단'을 출범해 의원들이 지체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의 뜻대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돋보였다.

같은날 민주당 윤리심판원 회의가 있었다. 그곳에선 국회법과 배치되는 금태섭 당시 의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당론으로 채택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투표행위를 당론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징계했다.

국회법 제114조 2항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한다. 작년 12월 금 전 의원은 당원들의 빗발치는 비판에도 불구, 당론으로 채택됐던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 당론을 거스를 경우 공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극히 국회법에 의거한 표결이었다. 국회의원이 하나의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금 전 의원은 4·15 총선을 앞두고 강서갑 경선에서 탈락하며 일종의 '정치적 심판'을 받았다. 이번의 징계 처분은 국회법대로 표결한 의원에 대한 징계임과 동시에 이미 공천에 탈락한 의원에 대한 이중 징계가 된 셈이다.

이번 징계 처분은 국회법뿐 아니라 민주당의 정신에도 배치된다. 민주당 '강령·당헌·당규' 맨 앞에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정치를 통해 다양성, 비례성과 통합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 제도를 지향한다'고 쓰여 있다. 정당이 당론을 정해 입법 성과를 내려는 노력도 존중돼야 하지만, 당내 다양성도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원동력은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이를 통합해 내는 민주역량이다. 미래통합당은 강성보수 이념과 계파간 대립, 분열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며 비판세력의 목소리마저 경청하고 있다.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을 향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법을 만드는 공간인 국회에서 법이 지켜지지 않던 관행을 청산하고, 국회법에 맞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들이 많다. 금태섭이라는 소신파 의원의 '다른 생각'이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민주당에 걱정거리일 수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양성을 억누르고 '경직'을 택한다면 2년 혹은 4년 후 밖으로부터 뼈를 깎는 쇄신을 요구받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js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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