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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의 교훈 "과욕은 화를 부른다"…'꼰대' 안되려면 "시·소설 읽어라"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인터뷰]②
오일쇼크로 부도…우여곡절 딛고 직원 '3만명' 회사 일궈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부장, 배지윤 기자 | 2020-06-01 07:21 송고 | 2020-06-01 13:16 최종수정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오일쇼크 사태로 약 6년 만에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 막막했다. 하지만 이후 의류 수출 회사를 다시 설립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부도라는 큰 고비를 한차례 겪은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었을까. 현재는 전 세계 3만여명 이상의 근로자를 보유한 기업으로 일궜다. 한세실업의 창업주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얘기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6층. 한세에스24홀딩스 본사 집무실에서 김 회장과 마주 앉았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김 회장은 "내 인생 부도만큼 큰 우여곡절은 없었다"며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1970년대 벤처 '붐'…기업가로 변신

1945년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이른바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 당대 최고 명문 학교인 경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넘어가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 코스를 마쳤다. 학업을 마친 뒤 귀국한 그는 1970년대 초반 그는 결국 '기업가'의 길을 택했다.

김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기업가의 길을 꿈꿔왔다. 그 당시 생소한 MBA 학위를 받기위해 유학길에 오른 것도 오직 '기업가'라는 꿈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한세통상'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1970년대 초반 지금처럼 '벤처붐'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그는 어린나이에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 당시 그의 나이 28살이었다.

"IMF 외환위기 직후 '벤처 창업붐'이 일어났을 때처럼 과거 1970년대에도 그야말로 '창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창업을 반기면서 사업 자금을 쉽게 빌려주니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 정도였으니까요."

그 당시 창업이라 하면 대부분이 옷·원단 또는 가발·완구 분야 뛰어들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벤처 회사들이 IT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처럼 그땐 의류 산업 붐이 일었다. 김 회장 역시 의류 사업에 뛰어들며 '시대의 흐름'을 따랐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오일쇼크에 부도…위기 딛고 재창업

하지만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그의 인생에도 갑작스레 '위기'가 찾아왔다. 1978년 '2차 오일쇼크'가 우리나라를 덮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 처음엔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이듬해인 1979년 회사는 부도를 맞았다.

김 회장은 부도를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창업을 고민했다. 그의 어머니는 학자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며 재창업을 말렸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그렇게 1982년 재창업한 회사가 지금의 한세실업이다.

"지금의 벤처기업들은 투자를 받지만 과거엔 개인이 빚을 내서 사업을 했습니다. 이 빚이 평생 '족쇄'처럼 따라다녀 재창업이 쉽지 않은데 부도 전부터 거래해오던 대형 거래처인 'K마트(미국)'가 조금씩 오더를 넣어주면서 재기가 가능했습니다."

그는 결국 재기에 성공해 지금의 회사를 일궜다. 과거 치솟는 원자재값에 비해 너무 많은 주문량으로 부도를 경험한 그는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욕심이 나더라도 자기가 맞출 수 있는 캐파(수율)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한국에서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긴 사명처럼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과거 한세실업 광고 문구에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옷을 입는다'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꼰대' 안되려면…시·소설 많이 읽어야"

그의 집무실 한쪽 벽면은 책들로 가득했다. 그의 책장을 살펴보면 성공비결을 훔쳐볼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기업가가 읽는 책이라 하면 경영 관련 서적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그가 추천한 책은 '소설'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기업가들이 경영·경제 서적을 많이 읽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 장르는 '소설'입니다.

책 이야기를 꺼내니 김 회장의 얼굴엔 금세 미소가 번졌다. 최근 읽은 한 권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그는 예상치 못한 장르의 책을 꺼내들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라는 SF 단편소설이었다. 그가 집어든 또 다른 책은 화려한 일러스트가 눈에 띄는 책이었다. 미국 빅토리아 제이미슨 작가의 '롤러 걸'이었다. 

이처럼 그는 시간이 나면 틈틈이 장르불문 다양한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지금은 뜸하지만 한때 한세예스24홀딩스 계열사인 '예스24' 블로그에 직접 읽은 책을 추천하거나 개인 서평을 남길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끝으로 그는 인터뷰 말미에 책 몇권을 더 소개하며 "고위직으로 갈수록 점점 머리가 굳어져 인문학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위 말하는 '꼰대'가 안되려면 상상의 영역인 시·소설을 읽는 것이 유연한 사고를 하게끔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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