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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나는 가로수길에 '돈 못버는' 카페형 매장 내는 패션업체들 왜?

서울 중심지에 SNS '명소' 만들어…"수익성 보단 홍보"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20-05-28 06:50 송고 | 2020-05-28 16:03 최종수정
메종키츠네 가로수길 플래그십스토어.© 뉴스1
메종키츠네 가로수길 플래그십스토어.© 뉴스1

'힙'하기로 소문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예쁜 카페와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거리다. 최근 이곳에서 가장 '핫'한 곳이 있다. 바로 '카페 키츠네'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4일 우연히 들른 이곳에는 한껏 빼입고 인증샷을 찍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다. '카페'가 아니지만 그 어떤 카페보다 매력적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메종키츠네가 만든 카페형 복합매장이다. 

메종키츠네가 운영하는 카페는 그야말로 '핫플'(인기있는 장소)이었다. 옷은 물론 사람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만 옷을 구매하는 고객은 드물었다. 그런데도 왜 가로수길 '노른자' 땅에 카페를 운영하는 것일까.

2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명 브랜드들이 카페형 복합매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차별화'와 동시에 브랜드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어서다.  

지난 22일 이랜드월드의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스타필드에 '스파오 코엑스점'을 개점했다. 특히 지하 1층은 고객들이 음료를 마시면서 쉴 수 있는 '스파오프렌즈' 카페로 꾸며졌다.
이처럼 서울 중심지에 패션 브랜드 이름을 내건 카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장에 진열된 제품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서울시내 명소로 매장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지난 2008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패션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도 패피들 사이에서 명소로 알려졌다. 육류·생선 요리는 물론 파스타까지 다양한 이탈리안 요리가 준비돼 '맛집'으로도 통한다. 그렇다고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인기 해외 패션 브랜드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을 거쳐간다. '르메르' 콘셉트 스토어도 이 편집숍에서 소개된 이후 호응을 얻자 국내 백화점에 정식 입점했다.

도산공원에 마련된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에도 인스타그램 명소인 펠트커피가 입점해 '집객'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메종키츠네 카페나 준지 도산 플래그십스토어 내 '펠트커피'는 디자이너 감성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두 플래그십스토어 모두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이끄는 동시에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카페 유입 고객이 브랜드 경험 및 상품 구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시너지(동반상승)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가로수길의 또 다른 카페인 카페뮬라도 '핫플'로 통한다. 넓은 공간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이곳은 토종 레깅스 업체인 '뮬라웨어'가 소유하고 있는 카페다. 뮬라웨어는 당초 자사 애슬레저를 애용하는 요가인들을 위한 '라운지'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일본인 등 외국인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뮬라웨어 관계자는 "VIP 라운지로 운영하려 했던 카페뮬라가 인스타 명소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중국인 고객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온라인 주문이 어려운 중국·일본 고객들의 경우에는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익성이 주목적인 공간은 아니다. 카페를 운영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보다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면서 홍보효과를 거두는 것이 더 주된 목적이다. 

실제로 '핫플'로 알려진 곳에는 경험과 체험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생)가 자연스럽게 모인다. 이들은 매장을 방문함으로써 '슬로 쇼핑'(천천히 둘러보며 쇼핑하는 것)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패션업체들도 자연스러운 노출로 젊은 세대에 신뢰감을 주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이는 패션업체들이 하루 100만명 안팎의 유동인구가 넘나드는 강남역에 브랜드를 노출해 '안테나숍'(소비자의 선호도나 반응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개설된 점포)을 내는 것과 같은 이유다. 과거부터 강남역에 패션 브랜드부터 화장품 로드숍 등이 밀집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임대료에 못 미치는 수익성에도 브랜드 노출 효과로 얻을 수 있는 무형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 매장과 함께 카페나 음식점을 동시에 운영해 기존 의류 매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 전략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사실상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체험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도움을 주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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