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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개콘'까지 쉬는 '위기의 공개 코미디'…방송가 코미디 형식 변화오나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2020-05-23 05:45 송고 | 2020-05-23 10:25 최종수정
'개그콘서트' 출연진들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콘서트' 출연진들 © News1 권현진 기자
지난 1999년 방송을 시작해 21년 동안 시청자들에 웃음을 안겼던 KBS 2TV '개그콘서트'가 휴식기를 맞는다. KBS는 이달 중순 공식입장을 내고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라고 밝혔다. 휴식기 전 마지막 방송일은 아직 미정이다. 


'개그콘서트'가 휴식기에 돌입한다는 것은 곧 공개 코미디의 인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그콘서트'는 20년 넘게 높은 시청률과 매주 유행어와 스타를 만드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개그콘서트'를 시작으로 공개 코미디가 '대세'가 되자 KBS 2TV '폭소클럽', MBC '코미디 하우스' '개그야' '하땅사',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웃찾사'가 폐지된 이후에는 '개그콘서트'가 유일한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남았다. '개그콘서트'는 '웃찾사' 종영 이후엔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와 방송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양대산맥을 이뤄왔다.

2003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국민 예능'으로 불렸던 '개그콘서트'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시청률 하락을 겪어야 했고, 이는 곧 공개 코미디의 위기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00회 방송을 맞아 열린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도 축하보다는 위기론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tvN '코미디빅리그' © 뉴스1
tvN '코미디빅리그' © 뉴스1
지난 2011년 시작한 '코미디 빅리그'는 케이블채널이라는 이점을 살려, 지상파 프로그램보다는 개그 소재 등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운 시도를 했다. '개그콘서트'도 지난해 말 편성을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이어 금요일로 재차 옮기고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면서 공개 코미디 위기론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개그콘서트'는 계속해 5%대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그콘서트'는 지난 2월19일과 26일 녹화를 취소했고, 3월4일 녹화부터는 관객 없이 녹화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까지 맞아야 했다. 관객과의 호흡을 중요시 여기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특성상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개그콘서트'는 이에 스튜디오 녹화를 통해 토크와 VCR로 무대를 대체한 코미디를 선보였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는 박형근 PD는 당시 뉴스1에 "우선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는 관객을 받을 수가 없으니 이러한 형식으로 계속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개 코미디라는 정체성이 있으니 상황이 안정이 되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모시고 무대를 이어갈 예정"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개그콘서트'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잠정적 휴식기를 가지게 됐다.

KBS에 따르면 휴식기 동안 '개그콘서트' 출연진은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잠시 방송을 쉬어간다는 '개그콘서트'가 빠른 시기 내에 돌아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KBS 2TV '스탠드 업' © 뉴스1
KBS 2TV '스탠드 업' © 뉴스1
이러한 와중에 JTBC는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와 함께 새 코미디 프로그램 '장르만 코미디'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개그맨 김준호 김준현 유세윤 안영미와 배우 오만석이 주축이 된다. '개그콘서트' '코미디 빅리그'와 같은 형식의 공개 코미디가 아닌 웹툰, 드라마, 예능,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숏폼 드라마 형식이 될 예정이다.

KBS도 지난 1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스탠드 업'을 통해 새로운 코미디 형식의 도전에 나섰다. 기존 '개그콘서트'의 콩트 형식이 아닌 코미디언이 무대에 서서 마이크 하나만 들고 관객을 웃기는 형식이다. 지상파에서 본격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가 프로그램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개 코미디의 위기가 당장 코미디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웃음'에 대한 대중의 바람은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이에 맞춰 코미디도 여러 변화를 거쳐 대중의 곁에 존재해왔다. 과거 대학로 공연이 '개그콘서트' 같은 방송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것처럼, 또 다른 코미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 나올 수도 있다. 즉 현재 '개그콘서트'의 휴식기로 현실이 된 공개 코미디의 위기가 새로운 흐름으로 가는 과도기일 수도 있다. 웃음과 코미디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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