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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지도부, 한명숙 사건 재조사 촉구…"검찰조사 적법했는지 의문 풀려야"

박주민 "대검 해명자료 부족, 21대 국회 가장 큰 과제가 검찰개혁"
이형석, 설훈 최고위원 일제히 "한명숙 사건 재수사해야" 촉구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정연주 기자, 이준성 기자 | 2020-05-22 11:56 송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새벽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 출소하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8월 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2017.8.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새벽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 출소하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8월 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2017.8.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관련,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쓴 '한만호 비망록'을 재차 언급하며 검찰에 각을 세웠다.
검찰의 진술 조작 가능성을 높다고 보고, 향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대상으로도 올릴 수 있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색채가 한층 뚜렷해진 민주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애틋함과 억울함을 드러내며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과 검찰 개혁을 동시에 노리는 모습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검찰개혁"이라며 "대검에서 한만호 비망록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어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일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비망록의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고 관련해 아무런 의혹도 없다"며 "(당시 재판부는)한만호씨의 노트에 기재된 의혹을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해 검사가 작성한 한씨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한 전 총리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반박을 내놓은 검찰을 향해 박 최고위원은 "(한만호 씨에 대한)73회 소환조사 중에 검찰이 조서를 남긴 것은 5회에 불과하다"며 "기록도 안남은 나머지 68건의 (검찰)출석 조사는 적법하고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분명히 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막혀있던 검찰개혁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을 힘차게 추진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잇는 일"이라고 검찰개혁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전날 관련 KBS보도를 언급하면서는 "2011년 KBS가 진행한 한만호 인터뷰 보도를 보면 사기죄 혐의에 대한 형기를 다 채운 뒤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받은 인터뷰로 (그 내용이) 비망록과 매우 유사하다. 완전 허위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전날 KBS는 한씨와의 2011년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한씨는 취재진에 자신의 검찰 진술이 허위였고 검찰이 의도적으로 시나리오를 짰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씨의 인터뷰 내용과 앞서 공개된 '한만호 비망록' 내용이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 진술이 조작됐다는 한 씨의 주장은 1심에선 받아들여졌지만 항소심에선 기각됐고, 한 씨도 위증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배경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배경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꼼수정당 미래한국당과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5.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다른 최고위원들도 일제히 한 전 총리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형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어제 KBS 보도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라며 "검찰이 인정하지 않은 비망록 내용이 고인이 된 한만호의 육성으로 생생히 증언되고 있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다시한번 한 전 총리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훈 최고위원 역시 이날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재조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어떻게든 유죄를 만들려고 온갖 협박과 회유를 했고, 부화뇌동한 게 사법부였다. 검찰개혁이 나오게 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던 민주당은 7월 출범을 앞둔 공수처까지 거론하며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재심 청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 공수처 수사를 활용해 당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명백히 따져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공수처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맞다"며 "공수처는 독립성을 가지기 때문에,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공수처 수사 가능성을 띄웠다. 공수처 수사를 통해 재심 청구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상황에서 재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형사소송법 402조에 따르면 증거 위조·변조 등 재심 사유가 제한돼 있는데다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면 무죄 또는 면소를 인정할 만큼 명백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한만호 비망록의 경우 이미 앞서 공판에서 증거로 제시된 만큼 재심을 유도할 효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속하는 검사와 판사가 한 전 총리를 수사하고 재판했던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된다면 공수처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의 이같은 행보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와 공판에 참여했던 검사들을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뒤집을 수 있다는 민주당의 판단에는 검찰의 회유와 추가기소 압박을 못이겨 허위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한만호 비망록'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망록은 '추가 기소의 두려움과 사업 재기를 도와주겠다는 검찰의 약속 때문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줬다고 허위로 진술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미 고인이 된 한씨의 주장이 객관적 사실로 인정된다면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로 이어지거나 수사에 관여한 전·현직 고위급 검찰 인사들의 적법 수사 논란으로 사건이 커질 수 있기에 향후 집권여당과 검찰간 갈등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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