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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문턱 못넘은 '배달앱 라이더' 고용보험 시대 열릴까

환노위서 특수고용직 빠진건 '보험업계 반대' 결정적
"라이더가 노동자냐"…보험료 부담 주체·비율도 관건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0-05-23 07:30 송고
  © 뉴스1 이광호 기자
  © 뉴스1 이광호 기자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배달앱 배달원(라이더)들이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논의가 21대 국회로 넘어갔다. 특수고용노동자는 빠지고 예술인만 고용보험 가입 대상으로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최근 20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정부·여당은 다음 국회 때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험료를 부담하게 될 사용자 단체의 반대가 거센 만큼 최종 통과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23일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는 예술인으로 고용보험 적용범위를 넓힌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포함해 법안 133건을 통과시킨 지난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개정안은 예술 분야 종사자가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6개월 뒤인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이는 당초 예술인뿐 아니라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까지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던 2018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 대표발의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법안이 바뀐 건 지난 11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범위가 너무 커서 통과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21대 국회에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는 게 당시 임이자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장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논의에서 고특수고용직이 빠진 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보험 설계사를 고용하는 보험업계의 반대와 이에 뜻을 같이한 미래통합당 측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앱 업계는 아직 국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이 최근 수수료 개편 과정에서 영세 자영업자에게 높은 비용을 부담을 안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만큼 개정안을 대놓고 반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법안이 만들어지고 시행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료 부담 주체와 비율 설정도 문제다. 현행 고용보험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1대 1로 부담하는 방식인데, 배달앱 기업들은 라이더가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라이더를 노동자로 볼 수 있나'는 이미 해묵은 논쟁이다. 상당수 라이더는 실질적으로 사업주에 종속돼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 회피 목적으로 도급·위임 형식의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게 노동계 측 주장이다. 

라이더 입장에서도 부담인 보험료 납부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 지원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이나 영세사업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확대해서 지원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 News1 이재명 기자

고용보험법상 규정되지 않은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에 관한 정의도 필요하다.

라이더를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등 기존의 특수 고용직 노동자로 보는 시각과 이들보다 더 '노동자성'이 강한, 하나의 플랫폼 기업에 전속된 플랫폼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은 노동계 내에서도 갈린다.

라이더가 특수 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되더라도 이들의 고용보험 편입 여부는 결국 개개인 근로 형태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라이더는 전통적 개념의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와 사업자 양쪽 성격을 다 갖고 있다"며 "같은 특수 고용직 노동자라도 특정 사업에 주로 노무를 제공하는 '노무 전속성'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고용보험법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처럼 노무 전속성이 약한 경우 자영업자에 가깝다고 여겨져 사실상 고용보험 적용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최 연구위원은 "소득이 있으면 과세한다는 게 사회보험의 취지"라며 "사회보험을 도입할 때 관리가 편한 기업부터 시행하다 보니 아래쪽 절반의 사각지대가 생긴 건데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배달앱 노사가 참여하는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포럼'은 지난 12일 라이더의 안전과 처우 안정을 위한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동 결의문을 내놨다.

지난달 1일 출범한 포럼은 1기 활동 기간에 다룰 의제로 배달앱을 선정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민주노총과 라이더유니온이 노동조합 측으로, '배달의 민족'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딜리버리히어코리아 등이 기업 측으로 참여하고 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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