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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서 샤넬백 플렉스~"…계속되는 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

백화점·대형마트 사용 안되지만 이케아는 가능
성형외과·피부과서도 사용…"본래 취지 어긋나"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20-05-17 07:05 송고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행안부) © 뉴스1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허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 지원과는 거리가 먼 사용처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당장 생계 유지가 급한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해외 명품 플래그십스토어(특화매장)는 물론 '가구 공룡' 이케아와 대기업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이들 업종은 소상공인 지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외국계 업체 배를 불리느니 차라리 대형마트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도울 수도 있고 재난지원금이 바로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가 가져올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클 것인지 현재 시점에서는 가늠이 어렵다. 일부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을 보다 신속하게,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이마트는 안 되는데…이케아는 "엇, 결제되네?"

17일 업계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기본적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선 사용이 안 된다. 또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은 물론 환금성이 큰 귀금속이나 상품권 매장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목적으로 내세운 '소득·생계보장'이나 '소비 진작'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계열사와 해외 대형업체에서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GS더프레시와 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장, 가구 공룡 이케아가 대표적이다.

긴급재난 지원금의 사용처를 아이사랑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 돌봄 쿠폰 사용처를 기준으로 한 때문이다. 이케아나 GS더프레시가 사용처에 포함돼 있다.

GS더프레시는 아이사랑카드 사용처에 가맹점이 많다는 이유로 이름을 올렸다. GS더프레시는 전국에 314개 매장이 있고 이중 152개가 가맹점이다.

노브랜드는 점포 가맹주소를 본사인 서울이 아닌 지역으로 신고하면서 예외가 됐고, 이케아도 과거 아이 돌봄 쿠폰 사용처에 포함되면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주소가 서울인 경우 재난지원금을 스타벅스에서도 쓸 수 있다. 스타벅스의 본사가 서울에 있는 탓이다. 

대기업임에도 기준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이용할 수 있는 허점이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면 다 안 된다고 했지만 몇 곳은 이용이 가능하다"며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긴급재난지원금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5.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긴급재난지원금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5.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샤넬 매장서 재난지원금으로 플렉스"…이건 아닌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원칙상 안 되지만 예외가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임대 매장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이미 마트들은 임대 매장 사업자를 돕기 위해 마트 곳곳에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한 매장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한 상태다. 미용실·약국·사진관·세탁소 등이 대표적이다.

또 백화점이 아닌 해외 고가 브랜드 매장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서울시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샤넬 백을 사는데 재난지원금을 보탤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 롯데하이마트나 삼성디지털프라자·전자랜드·LG베스트샵 등 대형가전제품 매장도 사용처에서 빠졌지만, 미국 애플의 전자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프리스비' 매장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대형마트는 막고, 해외 업체 매장에서는 재난 지원금을 쓸 수 있는 것이 본래 취지에 맞느냐"며 "사용처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재난지원금으로 피부 관리받고, 쌍꺼풀 수술한다

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는 병원도 포함됐다. 행정안전부가 재난지원금의 병원 사용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성형외과들은 재난지원금으로 피부관리와 쌍꺼풀 수술 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 성형외과 홈페이지에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홍보창을 띄웠고, 다른 성형외과 블로그에는 재난지원금 사용을 알리는 글이 게시됐다.

이곳 역시 내수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과 무관한 곳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의 원래 취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본래 취지와 벗어난 곳에서 재난지원금이 사용될수록 당초 기대했던 정책 효과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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