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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함께하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마주하는 '우울한가요?'展

6월21일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개최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05-16 05:16 송고
나수민 작가의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나수민 작가의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는 이를 '코로나 블루'라고 부른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우울은 존재했다. 최근에는 청년실업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우울이 주목받았다.
열정 넘치고, 미래를 향해 꿈꾸고 나아가야 한다고 여겨지는 젊은 세대는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우울에 파묻혀 살아간다. 마치 하루살이처럼 그날 그날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개인적인 이유로 우울한 삶을 살아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관통되는 이유의 우울은 분명 존재한다. 우울은 '시대의 병'이라고 불리는 근거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울한가요?' 전시에서는 이런 우울함을 드러내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천성명 작가의 작품(앞 조각)과 정철교 작가의 작품.© 뉴스1 이기림 기자
천성명 작가의 작품(앞 조각)과 정철교 작가의 작품.© 뉴스1 이기림 기자
1994년생 나수민 작가는 시대의 우울을 '청년 노동의 문제'로 제시한다. 그에게 젊음은 붉은, 핑크빛이 아니며 낭만과 무모한 열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작품에서 젊음을 형광의 핑크빛으로 표현해낸다. 작품 속 표정 없는 인물들은 소통을 거부한 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채용정보를 기웃거릴 뿐이다.

문지영 작가는 흔하디 흔한 모녀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는다. 그러나 그의 그림 속엔 병마와 싸우는 어머니, 그리고 시각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그들은 그저 보통의 존재처럼, 각자의 일을 하고, 함께 누워있고, 손톱을 깎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보고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우울하지 않은 그림이지만, 사회구조가 우리를 우울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게 한다.
배형경 작가의 작품(조각)들과 김정욱 작가의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배형경 작가의 작품(조각)들과 김정욱 작가의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이번 전시에는 두 작가뿐만 아니라 김정욱, 노원희, 박미화, 배형경, 안경수, 이재헌, 정덕현, 정철교, 조원득, 천성명 등 12명의 작품 98점이 소개된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우울함이 증폭될지 모른다. 어둡고, 칙칙하고, 좌절감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우울을 회피할 수 없다. 이런 우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혹은 벗어나기 위해서는 직접 마주해야만 한다.

조나현 서울대미술관 선임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우울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 원인을 찾고, 그럼으로 타인을 잘 이해하거나 공정한 사회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1일까지 열린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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