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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방만경영 책임자 누군가…오투리조트 손배 놓고만 '으르렁'

28일 태백시-강원랜드 전 이사 손해배상 관련 재판 선고

(태백=뉴스1) 박하림 기자 | 2020-05-17 08:00 송고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News1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News1

약간 걸쭉한 우리 옛말이 있다. “똥 싼 놈 따로 있고 똥 치우는 놈 따로 있다.”

8년 전 부실경영과 심각한 재정난으로 강원 태백시를 '위기의 지자체'로 몰고 갔던 오투리조트 사태. 이제서야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고 있지만 정작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옛말을 떠올리는 이유다.
한때 태백시의 파산위기를 막는 동시에 오투리조트의 경영정상화를 위하고자 강원랜드 150억 원 기부안에 찬성한 전 강원랜드 이사진들은 오히려 대법원 판결에 따라 62억여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금을 강원랜드에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뿐이다.

이에 전 이사들은 오투리조트에 자금 지원 결정 당시 태백시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했다며 태백시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은 태백시가 90%를 책임지고 전 이사들은 10%를 부담하라고 조정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 이사들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태백시는 손해배상금의 규모가 큰 데다 조정 결정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선고일정으로 이번 사안을 결론짓는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어떤 요소가 이 같은 파장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분석의 목소리는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태백시는 탄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고자 2001년 지방공기업인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하고 2009년 10월 4400억 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스키장, 콘도, 골프장 등을 갖춘 오투리조트를 준공했다.

문제는 오투리조트 추진 과정 중 면밀한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사업비를 무리하게 투자했던 점이다.

결국 부실·방만경영으로 2012년 당시 오투리조트가 파산위기에 몰리자 태백시 또한 재정위기로 자치권까지 박탈될 위기에 처해졌었다.

이에 태백시는 강원랜드 전 이사들에게 변제확약을 약속했고, 오투리조트는 강원랜드로부터 150억 원을 기부 받아 파산은 면했으나 결국 민간회사에 헐값에 매각됐다.

이 같은 일로 강원랜드는 2014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자, 전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대법원 선고에 따라 전 이사진들에 대한 배상 규모는 배상금 30억 원을 비롯해 이자, 지연손해금, 소송비용 등 62억 원에 달했다.

당시 이사들은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고 태백시 파산을 막고자 노력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감사원 감사를 시작으로 형사고발, 민사소송, 재산가압류 등 이사들이 겪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당시 민선 4기와 민선 5~6기를 각각 역임해 오투리조트 현안을 추진했던 박종기, 김연식 전 태백시장과 이욱영 전 오투리조트 사장은 어느새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시민들은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고 있는 강원랜드 전 이사들과 태백시의 법적 공방을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현직에 있는 류태호 태백시장은 당시 시의원으로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역사)를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거울과 경계로 삼지 못하면 향후 어떠한 모양으로든 같은 실수를 다시 겪게 될 수 있는 것은 교과서에서도 나올 만한 상식이다.

강원랜드가 폐광지역에 대한 투자를 예전처럼 선뜻 유연하게 추진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 사안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몇몇 당사자들한테 물어봤다. 오투리조트의 방만·부실경영의 책임자는 누구냐고. 어떤 이들은 당시 자신들이 오투리조트 매각에 발품을 팔았기 때문에 태백시의 파산을 막을 수 있었다며 답을 회피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오투리조트 사업은 원래부터 안 되는 사업이었다는 말로 일축했다.

한번 묻고 싶다. 발품 팔기 전에 파산까지 가는 지경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원래부터 안 될 사업이라면 시작조차 안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rimro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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