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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주빈''갓갓'은 타고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0-05-14 07:00 송고
사진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낸 문형욱(갓갓). 2020.5.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조주빈, 문형욱(갓갓), 강훈(부따)…

최근 잇달아 구속된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들이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들을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한다. 유영철·정남규·이춘재·강호순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흉악한 범죄자 대부분도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그런데 한 가지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남았다. 사이코패스 성향은 선천적(nature)일까 후천적(nurture)일까. 타고나는 걸까,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걸까. 이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유력하게 제시되는 이론은 있다. 이른바 '통합 이론'이다. 쉽게 말해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이면서 동시에 후천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먼저 사이코패스 유전자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인구 100명 중 1명 이상은 사이코패스로 추정된다. 다만 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모두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자라온 환경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이코패스 성향을 억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교 제임스 팰런 교수다.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그는 살인범의 뇌 구조를 분석하던 중 자신의 뇌와 유사한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그는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팰런 교수는 집안 내력을 살펴보다가 실제로 자신의 조상 가운데 한 사람이 친모를 숨지게 한 살인범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감옥이 아닌 상아탑에서 팰런 교수가 존경받는 스승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따듯한 가정'에서 사랑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아찔하고 험악한 상황을 그는 경험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 아이와 아내를 곁에 둔 가장인 그는 자신을 '친사회적인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조주빈·갓갓·부따 등 텔레그램 '박사방''n번방' 범죄자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사이코패스형 범죄 예방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 유전자 자체를 막을 수 없으니 이들을 범죄 유혹에서 최대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연쇄살인범들을 분석하면 가족 해제나 학대 같은 경험을 동일하게 했거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 경우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며 "잔혹한 범죄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본질적인 연구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 지적대로 '본질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범죄 발생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사이코패스를 검거해 사회와 격리하는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면 '제2의 조주빈' '제2의 갓갓'의 등장을 막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불우한 환경에 놓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사회가 끌어안고 돌보면서 '사랑'을 경험하게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도 고민해 볼 때다.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 유전자에게 사회는 우선적으로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괴물이 아닌 괴물을 만든 환경'에 더 주목했을 때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스의 위협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예방이 불가능한 범죄가 아니다.

이승환 사회부 사건팀 기자© 뉴스1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