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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로 코로나 불확실성 뚫는다

[포스트 코로나] 해외 경쟁업체와 기술격차 키울 기회
경쟁력 강화·국내 밸류체인 구축…정책적 지원도 필요

(서울=뉴스1) 정상훈 기자, 권구용 기자 | 2020-05-10 07:00 송고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홍보관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2020.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홍보관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2020.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핵심 키워드는 '기술'이다. 경쟁국들이 차마 넘볼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을 뚫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 1분기 '코로나 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주요 제조업 생산라인이 '셧다운' 된 가운데에서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에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경향 확대와 이로 인한 메모리 수요 증가 등으로 실적 호조를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액 17조6400억원, 영업이익은 3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6조4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매출액 7조1989억원, 영업이익은 8003억원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반면, 디스플레이 산업은 오랜 LCD 시장의 치열한 가격경쟁에 더해 코로나 변수와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래도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연기와 수요 위축 등 악재만 넘친 상황 속에서 그럭저럭 버텼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2900억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의 영업손실은 3619억원이었다.

문제는 2분기부터 코로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이 반영되는데다가, 한 차례 '코로나 광풍'을 겪은 중국 기업들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이유로 아직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예의주시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예측 불가능한 게 너무 많다"면서 "지금은 이 변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뉴스1 DB © 뉴스1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뉴스1 DB © 뉴스1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게는 오히려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로 해외 경쟁업체들의 R&D(연구개발)가 주춤하는 지금이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해외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면서, 이번 기회에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을 밸류체인을 국내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 이후의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시설 업그레이드 시점이 겹치면서 투자 증대가 예측되고, 5G 통신망의 본격적인 확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 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이미지센서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특히 올초부터 EUV(극자외선) 전용라인을 가동한 삼성전자의 경우 3나노(㎚·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개발 등 시스템반도체에서의 경쟁력을 본격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주력사업 전환과 함께, 퀀텀닷(QD)이나 퀀텀나노닷 등의 첨단기술 진화를 통해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예산과 정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 모두 재료가 없이는 기술개발도 불가능한 만큼, 일본 무역분쟁 등의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국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공격적인 R&D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위해 정부에서 별도의 정책단을 만들고, R&D 예산도 따로 구분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부분은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가질 수 있는 사업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며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부·장 산업의 육성을 위한 사업단을 정부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또한 미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자와 개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4차산업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속적인 미래 투자와 신기술 개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esang22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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