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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진의 똑똑재테크]퇴직후 노후자금 운용 골머리…투자해야할까

퇴직 이후 삶 구간별로 나누기…부부형 연금·주택연금 등 활용
은행 예금만 고집하면 자산 증대 불가…가용자금으로 안전투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0-05-11 05:55 송고 | 2020-05-11 09:23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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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을 3개월 앞둔 60대 직장인 A씨. 앞으로는 모아둔 돈과 퇴직금을 까먹으면서 살아야 할 텐데 길고 긴 여생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투자를 할까 고민이지만, 라임과 DLF 사태를 보니 자칫 투자를 했다가 원금을 잃을까 겁이 난다. A씨는 어떻게 노후를 준비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퇴직 이후 삶을 구간별로 나누고 그에 맞은 소비 규모를 가늠해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기존 저축자금을 적절하게 분산해서 쓰되, 부부형 개인연금·주택연금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주요 노후자금을 제외한 가용자금을 바탕으로 안전한 투자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퇴직 이후 삶 구간별로 나누기…부부형 연금·주택연금 등 활용

재무설계 전문가 단체인 한국FP협회는 가계의 재무상태(자산·부채·지출현황 등)를 파악하고 은퇴 이후 생활비 규모를 예측해 생애 말까지 자금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노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퇴직 이후 삶을 구간별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는 이른바 '소득 공백기'로, 자녀의 취업준비나 결혼에 돈이 드는 시기다. 퇴직 10년 이후부터 15년까지는 활동기로, 여행·모임 등 외부활동이 잦아져 관련 비용이 커진다. 보통 이때부터 국민연금이 나온다. 70~80세는 회상기로, 외부활동이 줄어 들어 지출비용이 감소한다. 80세 이후는 장기간 지출이 많을 수 있는 간병기로 분류된다.

말 그대로 수입이 없는 소득 공백기는 독립하지 않은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저축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어 활동기·회상기·간병기로 접어들수록 저축자금도 부족해지기 때문에 개인연금·실업급여·주택연금·퇴직연금 등을 수령해 부족분을 메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연금을 부부형으로 가입하면 계약자 사후에 배우자까지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피보험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을 지급하는 연금보험은 더 오래 살 가능성이 큰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지정하면 된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평생 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해 보유주택(가입 시점 시가 9억원 이하)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 가능 연령은 지난 3월부터 만 60세 이상에서 만 55세 이상으로 햐향조정됐다. 가입자와 배우자 모두 사망할 경우 해당 주택을 매각한 후 남은 차액은 상속인에게 지급한다. 올해 2월 말 기준 주택연금 누적가입자는 총 7만2000가구이며, 연금지급액 총액은 5조3000억원이다.

이밖에도 부부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불필요한 보험은 해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은행 예금만 고집하면 자산 증대 불가…가용자금으로 안전투자

저성장과 초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예금만 고집한다면 자산 증대는 불가능하다.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퇴직자의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다만 주요 노후자금을 제외하고 가용자금만을 활용해 안전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은퇴자가 투자할 때는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을 피하는 한편 보수적인 자산배분이 필요하다. 또 예금과 부동산 비중을 가장 높게 두고 위험 자산 비중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정해야 한다.

김현주 KEB하나은행 압구정역PB센터 부장은 "투자성향에 따라 금액을 분산해 예금, 부동산, 주식, 달러, 실물 금 등에 나눠 자산을 배분하고 경기 사이클과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 또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수민 미래에셋대우 마포WM 선임매니저는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는 게 좋다"면서 "미국 국채는 달러 베이스로 ETF(상장지수펀드)로도 매매가 가능하고 달러 상승 시 환차익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은 글로벌 1등주 또는 ETF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바람직하며, 파생상품 중에서는 그나마 오랫동안 검증된 노 녹인(No Knock-in) 지수형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할 만하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경험이 없다면 주거래 은행에서 글로벌 1등주 펀드에 분산해 적립식으로 감을 키우고 테스트해보는 것도 좋다"고 부연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IRP는 근로자가 이직이나 퇴직 시 받은 퇴직금과 개인 부담금을 적립 운용하다가 연금 등의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강수민 매니저는 원금이 보장되는 수익률 2% 중반의 ELB(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 상품에 대한 투자를 추천했다. ELB는 IRP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다.

강 매니저는 또 "TDF(타깃데이트펀드)는 퇴직시점이 되면 자동으로 위험 비중을 줄여주는 전략펀드"라면서 "본인의 퇴직시점에 따른 위험비중이 나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퇴직자가 투자를 할 때는 원금을 안전하게 보장하면서 수익이 높은 상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퇴직금 등 목돈이 생겼다고 노후자금 불리기를 위해 무리하게 투자할 경우 원금에 손실이 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현주 부장은 "자신의 투자성향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투자에 있어 절대 원금이 보장되거나 안정적인 투자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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