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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보내면 FIU서 연락" 하정우가 해커에 한 말 사실일까?

1000만원 이상 현금거래만 보고, 100만원씩 1000일 보내면 의심
이체한도만 지키면 증빙 필요 없어, 고액납세자 여부 알 수 없어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0-05-06 05:50 송고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배우 하정우씨.(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지난달 영화배우 하정우씨가 휴대전화 해킹 협박범 검거를 도운 소식이 화제가 됐다. 하씨가 협박범과 나눈 메신저 대화는 지난 2013년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를 연상케 했다. 앵커 역할을 맡은 하씨가 테러범과 벌이는 심리 싸움이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하씨는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 협박범을 마주하게 됐다. 하씨는 메신저를 통해 협박범에게 "내가 100만원 이상 보내려면 증빙을 해야 해. 매일 매일 나눠서 보내면 1000일이 걸릴 텐데"라며 "나는 100만원 이상을 송금하면 금감원 FIU(금융정보분석원)에서 연락이 오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에 협박범은 "금감원에서 직접 조사하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2억원 이상 이체할 경우 용도를 서류에 적어서 제출은 합니다"라고 답했고, 하씨는 다시 "난 고액 납세자여서 신고를 따로 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하씨는 FIU를 거론하며 협박범에게 당장 돈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댔다. 협박범이 하씨의 휴대전화 해킹 사실을 알리고 거금을 요구하자, 경찰이 협박범의 소재지를 파악한 후 그를 검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려는 게 하씨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하씨의 말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FIU는 금융정보분석원(Financial Intelligence Unit)을 뜻하며,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자금의 자금세탁 행위와 외화의 불법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 2001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다. 금융감독원 산하가 아닌 것이다.

하씨가 다른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 송금하면 FIU에서 연락이 온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FIU 관계자는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영수 또는 지급하는 경우만 고액현금거래보고(CTR)를 하게 돼 있다. 이체 자체만으로 저희에게 보고하는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것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명시하고 있다. 고객이 현금을 1000만원 이상 입·출금하면, CTR 제도에 따라 금융회사가 이를 FIU에 보고해야 한다. 계좌 간 이체는 현금을 직접 주고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외된다.

FIU는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경우 국세청이나 검찰, 경찰 등에 정보를 제공한다. 2018년 시행령이 개정돼 금융회사의 CTR 기준금액이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변경됐다. 탈세를 막기 위해 기준을 낮춘 것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CTR 제도를 도입한 주요 국가는 1만달러(약 1000만원)를 보고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씨가 100만원을 송금한다고 FIU 연락을 받지는 않지만, 하씨 말대로 매일 100만원 이상씩 1000일에 걸쳐 송금한다면 이상거래로 포착돼 FIU와 수사기관 등에 통보될 수 있다. 의심거래보고(STR) 제도에 따라 담당 금융회사 시스템의 특정 기준에 걸리거나 담당 직원이 이상거래로 의심해 FIU에 보고할 수 있다. STR은 기준금액이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씨가 일회성으로 누구에게 100만원을 보낸다고 해서 금융회사가 FIU에 보고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100만원씩 1000일에 걸쳐 송금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다"면서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자금세탁이나 의심스러운 거래라고 생각된다면 FIU에 보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2억 이상 이체할 경우 용도를 서류에 적어서 제출은 합니다"라는 협박범의 주장도 틀린 것이다. 한도에 맞게만 이체하면 따로 증빙할 게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를 들어 억단위의 아파트 전세 자금, 매매 자금을 이체한다고 해서 은행에서 자료를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체 한도만 넉넉하다면 2억원 이상을 이체하더라도 은행에 따로 증빙할 것은 없다"고 했다. 또한 고객이 고액납세자인지 여부도 은행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씨와 협박범이 나눈 대화 중에는 사실관계가 틀린 게 많다. 다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씨 본인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협박범 검거를 위해 시간을 끌려고 과장해서 얘기한 것 같다"고 봤다. FIU 관계자는 "하씨가 기지를 발휘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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