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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밉상' 채국희·'짠한' 심은우·'한방' 박선영…'부부의 세계' 여자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0-05-01 05:50 송고
JTBC '부부의 세계' 제공 © 뉴스1
JTBC '부부의 세계' 제공 © 뉴스1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의 재미는 단순한 불륜 관찰이 아니다. 몇겹의 가면을 쓰거나 날것의 밑바닥을 드러내며 대립하는 인물들의 심리전이 '부부의 세계'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주요 인물인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의 갈등 뿐만 아니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는 주변인물들과의 관계가 그 예다.
이들은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아군 혹은 적군이 되면서 기묘한 관계도를 형성한다. 입체적으로 설정된 인물들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중 지선우를 둘러싼 고산시의 여자들을 살펴봤다.
채국희/JTBC 캡처 © 뉴스1
채국희/JTBC 캡처 © 뉴스1
◇ '부부의 세계' '찐' 빌런이 된 채국희

'부부의 세계'에서 물리적인 악행을 저지르지 않음에도 '빌런'으로 불리는 인물이 바로 설명숙(채국희 분)이다. 설명숙은 지선우 이태오 부부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나 1회에서 '이중첩자' 캐릭터가 드러나며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지선우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곧바로 이태오에게도 이를 알리는 행동으로 지선우는 물론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형적인 '주인공 친구' 역할을 넘어 가장 믿을 수 없는 '베스트프렌드'라는 기묘한 캐릭터다. 상황과 기회를 보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 그럼에도 겉으로는 원만한 관계의 가면을 쓰고 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중적인 면모의 주변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몰입하게 된다.

채국희의 능청스러우면서도 밉살스러운 연기가 설명숙의 캐릭터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오랜 연기경력에 '채시라 동생'으로 알려진 그는 '부부의 세계'를 통해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설명숙의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이 드러난 장면 등은 SNS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심은우/JTBC '부부의 세계' 제공 © 뉴스1
배우 심은우/JTBC '부부의 세계' 제공 © 뉴스1
◇ 피해자, 조력자, '짠한' 심은우

민현서의 역할도 중요하게 기능한다. 민현서는 지선우와 의사와 환자 사이로 알게 됐지만 거래를 주고 받는 관계로 이어진다. 민현서는 남자친구 박인규(이학주 분)의 데이트폭력을 벗어나고 싶어 했고, 지선우는 남편 이태오의 외도를 은밀히 확인하고 싶어했다. 민현서는 이태오의 외도 증거를 모았고, 지선우는 박인규를 떼어내준다.
이들은 연인 혹인 부부 관계에서 발생한 피해를 이해하고, 회복을 위해 돕는 조력자 사이가 된다. 거래를 주고 받던 관계는 심정적인 유대관계로 발전한다. 서로의 아픔을 이유로 맺은 인연이기에 보통의 '친구' 사이는 될 수 없지만, 누구보다도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는 사이다. 극중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민현서는 우연히 듣게 된 설명숙의 계략을 다시 지선우에게 전달하며 위험신호를 보낸다. 이들은 끊어질 듯 끈끈한 연대를 이어간다. 지난 방송분에서 박인규의 위협에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장면이 나오며 많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는 인물이다.

민현서 역할을 소화한 심은우는 서사가 담긴 눈빛과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안타까운 피해자이자 쓸쓸한 조력자이며 여다경(한소희 분)을 속이는 모습은 능청스럽다.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부부의 세계'의 수혜자로 주목받고 있다.
박선영/JTBC 캡처 © 뉴스1
박선영/JTBC 캡처 © 뉴스1
◇ 한방이 있는 여자 박선영

고예림(박선영 분)은 지선우 부부와 이웃이자 남편 손제혁(김영민 분)의 외도로 인해 나락에 빠지고 마는 인물이다. 고예림은 행복하고 여유로운 중산층의 껍데기를 쓰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편 손제혁의 끊이지 않는 외도를 알지만,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곧 자신의 품위인 것처럼 모든 걸 감수한다.

묵묵히 빈 껍데기인 가족을 유지하는 그이지만 '한방'은 있다.  이태오 외도의 '공범'이었던 그는 여다경이 임신을 한 것을 알고 '경고'를 날린다. "내가 널 가만 둔 건 이 감독의 장난감이어서야"라며 불륜에 대한 극한의 혐오감을 드러내 여다경을 좌절하게 한다. 또 지선우와 달리 가정을 유지하던 그는 손제혁의 배신에 결국 이혼을 결심한다. 불륜, 이혼 소재를 다루는 '부부의 세계'에서, 이혼이 얼마나 한 사람의 세계를 처절하게 무너뜨리는지 지선우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최근 주로 가족극에서 활약한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고예림 역할을 통해 오랜 연기 내공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작은 체구에 단아하고 밝은 이미지이지만 싸늘한 미소나 강렬한 힘을 뿜어낼 때는 위압적이다. 그렇게 고예림을 잠깐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며 '부부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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