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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역성장' 2분기가 더 문제…"수출 타격 시작 단계"

1분기 경제성장률 -1.4%…2008년 4분기 이후 11년3개월만에 최저
2분기 성장률, 민간소비·수출이 좌우…전문가 "재정 집행 서둘러야"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전민 기자 | 2020-04-23 11:47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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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발 충격으로 전분기대비 -1.4% 마이너스(역)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3개월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민간소비와 서비스업이 급격히 얼어붙은 결과다. 
문제는 2분기(4~6월)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데 있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으로 퍼져나가 전 세계 경제 전망이 1930년대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다. 이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쏟아붓고 있는 재정 효과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L자형' 침체 그림자를 떨치기 위해 빠른 재정집행을 당부했다.

◇민간소비·서비스업, 1998년 1분기 이후 22년 만에 최저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 속보치는 -1.4%였다. 2월 후반부터 지역감염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에 민간소비와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두 항목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듬해인 1998년 1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가 모두 줄어 6.4% 급감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낮았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운수업, 문화 및 기타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2.0% 감소해 1998년 1분기(-6.2%)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률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이 -1.5%p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고 그나마 정부가 0.2%p 방어했다. 순수출은 경제성장률에 0.7%p 기여했는데, 내수가 -2.0%를 기록해 역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내수 중 소비가 -2.9%p 끌어내렸는데, 정부소비가 0.2%p인 반면 민간소비가 -3.1%p였다. 그나마 투자가 경제성장률에 0.3%p 기여했다. 투자는 정부 0%p보단 민간 0.3%p이 높았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높아졌지만 수출 감소폭보다 원유 등을 중심으로 한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결과이고, 내수 부문 성장기여도가 큰 폭 마이너스를 보였다"며 "정부부문 성장기여도는 재정 집행 확대 영향으로 전분기 1.0%였는데도 불구하고 0.2%p 성장을 유지했다"며 "정부부문 중 물건소비를 중심으로 정부소비가 늘어난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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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역성장 가능성 커…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단 3번뿐

문제는 코로나19 충격이 시작 단계라는 점이다. 2분기에도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11일(현지시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상태다. 특히 교역 규모가 큰 중국과 미국의 경기 부진은 우리나라에 치명적이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감소해 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했음을 나타냈다. 

3월부터 민간소비와 직결되는 고용도 흔들리고 있다. 3월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19만5000명 감소해 고용률 60%선이 붕괴됐다. 9년 만에 최저치다. 

박 국장은 "3월말 코로나19가 진정세 보이고 심리 위축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조금씩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어 내수 위축 완화는 기대 요인"이라면서도 "3월 중에 고용이 크게 악화됐는데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 부분은 내수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수출부문은 2분기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돼서 글로벌 수요 위축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1960년 이후 단 세 차례다. 1979년 3·4분기, 1997년 4분기부터 다음 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외환위기), 2003년 1·2분기(카드사태)다.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그리면 기술적 경기침체 상태로 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경제활동의 정상화가 빨라야 5월이고, 대면 활동이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당분간 연장되면서 이에 따른 내수 영향도 이어질 것"이라며 "수출은 미리 계약하는 물량도 있어 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영향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재정정책 효과 얼마나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면 연간 경제성장률 역시 마이너스 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전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듬해인 1998년 -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했던 때는 2차 석유파동이 있던 1980년(-1.6%) 포함해 단 두 번뿐이다.

우리 경제의 긍정적 요소는 정부가 보다 과감하게 돈을 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100조원 플러스 알파(α) 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등의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또 전날 정부는 고용대책 10조1000억원과 기간산업지원 40조원 등 89조5000억원 규모의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3차 추경 역시 공식화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의 재정정책이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소영 교수는 "임금 정책과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최악의 상황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한 유동성 공급 정책 등은 당장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이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도 "정부가 앞서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정부와 국회 내부에서 공 돌리기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유동성 공급 정책 등의 조속한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며 "집행이 지연될 경우 시장의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경기 경로는 전 세계 코로나19 사태가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리나라의 경기 경로는 IMF 전망과 같이 'L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면 보다 나은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고, 금방 극복이 가능하다면 V자형 반등이 가능하겠지만, 연말 재확산 우려 등으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렇게 된다면 U자형 반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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