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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화질 낮춘 넷플릭스…한국선 초고속 통신망 '무임승차' 배짱

[또 망사용료 분쟁②]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 상대로 소송
EU '트래픽관리' 요청 수용하면서…국내에선 '의무없다' 제소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0-04-27 06:30 송고 | 2020-04-27 09:57 최종수정
 2019.1.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019.1.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난 3월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늘어나자 인터넷 망의 과부하를 우려해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업체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비트레이트(시간당 송출하는 비트 수)를 25% 줄여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유럽과 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비트레이트를 낮추는 데 동참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도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프랑스 정부의 요청으로 서비스 출시시기를 예정보다 2주 미루기도 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튜브의 화질을 표준화질(SD급·640x480p)로 하향 통일해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 망의 과부하를 염려해 유럽에서 먼저 취한 조치를 전세계로 확대한 것이다.

주요 OTT 업체들의 이같은 조치는 그동안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의 첨예한 '대립'을 낳았던 '트래픽 관리 의무'가 어느 곳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CP들은 그동안 통신망 트래픽은 ISP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CP는 콘텐츠 제작과 배포만 담당할 뿐, 망을 관리하고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ISP에 있다는 것이 CP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자가격리 등이 일어나면서 세계 주요국 정부가 망관리 의무를 마냥 '통신사'에게만 몰아주기보다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주체인 CP에게 '콘텐츠 전송'에 관한 역할을 분담시키면서 사실상 '공동 관리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에선 이같은 '망 효율화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국내 통신사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와는 망 사용료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다가 여의치 않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CP는 망 관리에 관한 책임이 없으며 이에 따라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의무도 없다는 '채무부존재 소송'이다. 

넷플릭스 화질별 요금구조© 뉴스1
넷플릭스 화질별 요금구조© 뉴스1

이는 현재 유럽에서 CP의 트래픽 관리 의무를 인정해 스스로 화질을 낮춰 전송하는 상황과도 배치된다. 

넷플릭스는 한국 내에서 유럽과 같은 화질관리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는 글로벌 톱 수준으로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전송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굳이 화질 저하 등으로 이용자에게 서비스 품질을 낮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고위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과는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망을 이용해 고품질의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이에 상응하는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마땅한 일인데도 넷플릭스 측은 캐시서버를 설치해주겠다는 등 딴소리만 하며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도 않고 있다"면서 ""품질 높은 원자재와 서비스를 제공했더니 이를 이용해 막대한 추가 수익을 올리면서 정작 대가는 지불하지 않으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전송역량'은 공짜가 아니다. 지난 2019년 1년 동안 통신3사의 설비투자비용은 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는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로 인해 투자비가 다소 증가했지만 평상시에도 매년 3사 투자비는 5조원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넷플릭스가 소송을 제기한 SK브로드밴드 역시 연간 8000억~9000억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고위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가입자와 트래픽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용자들의 서비스 품질 확보를 위해 해외 트렁크 증설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면서 "넷플릭스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망 효율화' 노력을 한국에서도 마땅히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경진 가천대법대 교수는 "넷플릭스나 페이스북과 통신사와의 망사용료 분쟁은 민간 기업간 '원가협상'으로 봐야 한다. 원가협상이란 기본적으로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주장처럼)통신망이 '공공의 성격'을 지닌다 해도 이는 '이용자 입장'에서의 공공성을 말하는 것이지 통신망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사업자에게 해당하는 가치는 아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마땅히 원가 이용료를 내야한다"고 잘라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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