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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3개월 새 17% '뚝'…금융위기 때 낙폭 절반 넘어

강남 재건축 호가 거듭 하락…금융위기 초반 낙폭 26%에 근접
"코로나 길어지면 부동산도 위기…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0-04-10 06:05 송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 News1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 News1

서울 강남 재건축 급매물 호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거듭 하락해, 불과 3개월여 만에 최대 1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낙폭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향후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강남권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표 재건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주택형이 최근 19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주 최저 호가가 20억원 초반이었으나, 거래가 안 되자 5000만원 이상 더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고점(23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3개월여 만에 무려 17%(4억원) 이상 떨어진 값이다.

면적이 작은 전용 76㎡ 주택형도 마찬가지다. 지난주엔 18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는데, 거래가 안 되자 이번 주 18억원까지 5000만원 더 떨어졌다. 지난 12월 고점(21억5000만원) 대비 16%(3억5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송파구에서도 인기 재건축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주택형이 20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오고 있다. 전주 급매물 호가(21억원 초반)보다 5000만원 이상 떨어진 값이다. 역시 지난 12월 고점(24억3400만원)과 비교하면 3억8000여만원 떨어져 16%가량 하락했다.

은마아파트와 잠실5단지는 서울 아파트 시세 '풍향계'로 불린다. 주택시장 악재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집값이 가장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두 단지의 추이를 유심히 살핀다.

현재 주목할 것은 두 단지의 낙폭이다. 서울 주택시장이 이제 막 하락장에 진입한 시점에서, 두 단지의 낙폭이 2008년 금융위기 초반 때(약 26% 하락)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확대돼 위기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모습.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모습. © News1 구윤성 기자

금융위기 직전 서울 주택시장은 2008년 9월까지 4년여간 상승세를 이어가며 '불패 신화'를 자랑하고 있었다. 위기는 외부에서 찾아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정점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9월) 이후 국내 주택시장 분위기도 급반전됐다. 2008년 10월부터 기나긴 하락장세가 이어졌다.

당시 하락장 진입의 신호탄을 쏜 것이 바로 은마와 잠실5단지 두 곳이다. 은마아파트(전용 76㎡)는 2008년 9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12월 7억원으로 불과 석 달 만에 26%(2억5000만원) 하락했다. 잠실5단지(전용 76㎡)도 9월 10억5000만원에 팔리던 것이 12월 7억7000만원으로 26%(2억8000만원) 이상 떨어져 서울 주택시장을 하락장으로 몰고 갔다.

현재 주택시장도 금융위기 때와 닮아있다. 은마, 잠실5단지 두 곳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신고가 행진을 거듭하며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열기가 식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코로나19 외부 돌발 변수로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두 단지의 낙폭이 커져 서울 집값도 꺾이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주 39주 만에 하락 전환(-0.02%)한 데 이어 이번 주 -0.04%를 기록해 낙폭이 확대됐다. 주요 재건축이 포진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0.18~-0.24%로 12주 연속 하락하며 전반적인 하락세를 주도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보유세 부담 등으로 주요 재건축 및 인기 단지에서 가격이 내려간 급매물이 증가하며 집값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이달을 넘어서 장기화하면 실물경기가 급랭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주택 보유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기한인 6월 말 이전에 급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 투매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경기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은 불가피한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 사태가 3~6개월을 넘어 장기화하면 부동산도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며 "임대료 하락과 공실 증가로 구분 상가가 먼저 타격을 받고, 투자 성향이 강한 재건축과 재개발에 이어 일반 아파트, 토지 순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전문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히 금융위기가 아니라 실물경기 위축까지 겹친 복합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이 경우 부동산 시장 회복세도 늦어질 수 있어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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