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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캡틴' 윤봉우 "'라떼는 말이야' 절대 피해야"

[S1인터뷰]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명문구단 되길"
"주장은 희생하는 자리" 창단 첫 정규리그 1위 견인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020-04-09 09:14 송고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주장 윤봉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주장 윤봉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우리카드의 2019-20시즌 V리그 남자부 1위를 견인한 주장 윤봉우(3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된 아쉬움보다 함께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을 이야기 했다.

더 나아가 그는 후배들에게 "1등에 절대 만족하지 말고, 상대 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명문 구단을 한 번 만들어보자"고 독려했다.
윤봉우는 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규리그를 잘 하고 있었는데 끝까지 하지 못해서 아쉬운 생각도 든다"며 "다만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땀 흘려 만든 결과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한국전력을 거쳐 2018-19시즌부터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윤봉우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 시절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했고, 태극마크를 달고 많은 국제 대회에서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시즌을 마친 뒤에도 필라테스와 헬스 등을 통해 몸 만들기를 잊지 않고 있다. 윤봉우는 "이제는 이렇게 안하면 아프다"면서 "배구의 경우 한 쪽 근육만 쓰기 때문에 반대쪽 운동을 안 하면 부상이 온다. 가동성을 넓히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우리카드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양 강 구도를 깨뜨렸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3년 째 1~2위를 차지했는데, 올 시즌에는 우리카드가 선두로 치고 나가며 팬들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를 선사했다.

윤봉우는 "다른 팀들에 비해 운도 따랐고, 꾸준히 승수를 쌓으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며 "예전에는 우릴 만나면 상대가 만만하게 본 것 같은데 이제는 조금 두려워 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확실히 쉽게 무너지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시즌을 마치는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뼈 있는 조언도 건넸다.
우리카드 주장 윤봉우(왼쪽).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우리카드 주장 윤봉우(왼쪽).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윤봉우는 "지금 1등에서 만족하지 말고 같이 앞으로 배구 '명문 구단'을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 했다. 우리가 특정 팀을 만났을 때 힘들어 했던 것처럼, 무게감 있고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팀을 만들자고 했다"고 전했다.

우리카드는 이번 시즌 국내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국가대표 리베로 이상욱과 레프트 포지션에서 나경복, 황경민, 한성정이 꾸준한 활약을 했고, 세터 노재욱도 제 몫을 다했다.

윤봉우가 꼽은 우리카드 달라진 점은 끈끈함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훈련할 때 수비 자리나 블로킹 자세, 공이 바운딩 됐을 때 수비 움직임 등을 세세하게 지적해 주신다.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습 때부터 디테일하게 준비하기 때문에 실전에서도 그 모습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팀 내 최고참인 윤봉우는 막내 장지원(19)과는 무려 19살 차이다. 하지만 장지원은 최근 축승연을 겸한 식사자리에서 "봉우 선배와 (숙소)룸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해 팀원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윤봉우는 당시를 돌아보며 "지원이가 큰 형과 있으면 오히려 편하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고 웃은 뒤 "20대 까지는 무조건 이기고 싶은 마음만 컸다면 30대가 지나면서 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해왔던 대로 후배들에게 따라오라고 하면 트러블이 생기고 벽이 생긴다. 나부터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후배들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배구를 더 잘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우리 팀이 배구만 더 잘 할 수 있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내부 경쟁도 있지만 그 안에서 조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봉우는 "경쟁은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가 시키는 것이고, 난 우리 팀원들이 다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갈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읽었다는 윤봉우는 "후배들에게 무작정 따라오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책임감을 부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속칭 '라떼는 말야(나 때는 말이야)'를 절대 안 한다. 선수들이 진짜 싫어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시즌을 마치고 후배들과 식사자리에서 "형이 팀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런 것들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2018-19시즌 창단 첫 '장충의 봄'을 넘어 올해 'V1'을 꿈꿨던 우리카드는 아쉽게 코로나19 사태로 이번 시즌 배구를 마쳤다.

윤봉우는 "팬들과 장충에서 환호성을 같이 올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함께 울고 웃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못 했다.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코트에서 팬들을 만나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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