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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도넛 가득한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 바이러스'

김재용 첫 개인전 '도넛 피어'…26일까지 학고재에서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04-08 17:07 송고
김재용 작가(오른쪽)와 우정우 학고재 갤러리 실장.© 뉴스1 이기림 기자
도넛은 달콤한 빵의 일종이다. 이를 한 입 베어먹으면, 그 달콤함에 절로 행복해진다. 이런 도넛이 한 공간에 가득차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공간이 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 김재용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국내 첫 개인전 '도넛 피어'(DONUT FEAR)에 오면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는 26일까지 전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학고재 본관이 김재용이 만든 도넛 조각 1472점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김재용은 "미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미래가 촉망되는 제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코로나19로 우울함이 가득한 이 시대에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싶었다.

그렇게 전시는 기획됐다. 전시명도 이 점에 착안해 지어졌다. 전시명은 '두려워하지 말라'(Do Not Fear)는 뜻으로, 도넛(DONUT)의 발음이 '하지 말라'는 '두 낫'(Do Not)과 비슷한 데에서 시작됐다.
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 전시장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누군가는 그를 성공한 미술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도 위기를 마주하며 미술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이 있다.

김재용은 원래 달팽이 조각 작업을 해온 작가다. 도넛 작업을 하게 된 건 2008년 금융위기가 발단이었다.

당시 김재용은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시기 금전적인 위기가 찾아왔고, 차라리 돈을 더 벌 수 있는 도넛 가게를 해볼까 고민했다. 그러나 김재용은 예술을 하던 본인이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될 거란 생각에 두려워졌다. 그렇게 고민하다 나온 작업이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도넛 쏘지 마!!'다.

그는 기존 달팽이 작업에 도넛을 들여왔다. 천사인 달팽이들이 날아다니다가 도넛을 먹고 나면 욕심이 생겨 날개를 잃고 현실에 순응하게 된다는 아이디어를 작업에 녹였다.

그렇게 도넛은 욕심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도넛은 김재용이 말하는 행복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는 그가 겪던 또다른 어려움인 '적녹색약'을 이겨내면서 이뤄진다.
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 전시장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미술을 하는 사람에게 색 구분에 제한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 남들과 색을 다르게 본다는 사실이 두려워 작업에서 색채 사용을 기피했다. 

하지만 김재용은 도넛 작업을 하면서 즐거운 작업을 하자는 생각에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색을 썼다. 

전시장에 가득찬 도넛이 각양각색의 화려한 색깔로 색칠돼있고, 크리스탈이 곳곳에 붙어있는 이유다. 

이번 전시의 정수는 전시장 안쪽 방에 설치된 '도넛 매드니스!!' 연작이다. 1358점의 손바닥 크기의 작은 도넛 조각이 빼곡히 설치됐고, 위아래 벽면은 도넛이 인쇄된 시트지가 붙었다.

김재용은 이를 통해 복잡한 생각과 욕망으로 가득 차 일말의 틈도 보이지 않는 현대인의 내면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도넛이 다른 모양을 취하고 있고, 밝게 빛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는 '즐거움'이 느껴진다. 

우정우 학고재 실장은 "코로나19의 공포로 많은 전시들이 미뤄지거나 취소됐는데, 이번 전시도 그런 상황에서 어떤 방향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나라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자신을 빛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빛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됐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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