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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무용담' 늘어놓던 남성들 "조심하자" 다급한 문자

룸살롱 여직원 확진 소식에 방문자들 향해 비난 물결
맘카페엔 아내들 공분 "내 남편이었다면 시댁에 격리"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0-04-08 13:35 송고 | 2020-04-08 14:28 최종수정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4.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4.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너도 조심해라.'

7일 오후 4시40분쯤 강남에 사는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이런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받았다. 친한 선배가 보낸 것이었다. 선배는 A씨에게 "요즘 업소를 방문했다가 큰일난다"면서도 "혹시 유흥업소 직원과 접촉한 연예인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 최대 유흥업소 여직원 B씨(36)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후 일대 유흥가는 숨을 죽이고 있다. 유흥업소의 '큰손' 강남 거주자나 인근 직장인 모두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B씨 감염 소식이 전해진 전날 밤 강남 주요 룸살롱과 가라오케, 클럽 상당수가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진다.

역삼역 인근 직장을 다니는 C씨(38)는 "유흥업소에 '유' 자도 꺼내지 마라"며 "앞으로 다닐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개인 사업을 하는 40대 김씨도 "요즘 시국에 무슨 유흥업소냐"며 "발길 끊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유흥업소 방문 사실이나 주요 업소 정보를 무용담처럼 공유하던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엄마'들이 모인 맘카페는 들끓고 있다. "유흥업소 직원들의 자가 격리가 제대로 되는지 모르겠다" "유흥업소 고객 가운데 누군가의 아빠도 포함됐을 것" "업소 갔다가 확진된 남성은 시댁에서 자가격리하게 해야 한다"는 불만에 찬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클럽에서 마포구 방역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20.3.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클럽에서 마포구 방역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2020.3.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유흥업소 직원 B씨는 슈퍼노바 출신 윤학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4일 일본에서 귀국한 윤학은 사흘 뒤인 27일 증상이 나타나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윤학과 B씨는 전날인 26일 만났고 B씨는 29일 의심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와 그의 룸메이트도 결국 확진판정을 받았다
업소는 강남구청의 행정요청으로 2~3일 이틀간 임시휴업을 했으며, B씨의 확진 소식을 접한 뒤 12일까지 휴업을 연장했다. 7일 오후 업소 앞을 오가는 시민들은 "여기서 확진자가 생겼다고 해"라며 수군거렸다. 업소 유리문 너머로 하얀색 배경 칠판이 보였다. 칠판에는 '민아''은설''보람''윤서''은정' 등 직원들의 닉네임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B씨는 지난 3월27일 저녁 8시 역삼역 인근 소재 업소에 출근해 다음 날인 28일 오전 5시까지 9시간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손님과 직원을 포함한 500여명이 업소를 드나들었다. 종업원 100여명을 둔 이곳은 강남 최대 규모 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8층 대형 건물 가운데 지하 2개층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른바 '룸' 40여개가 내부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이번 감염 사례를 놓고 집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경이다. 유흥업소 특성상 이용자는 '다닥다닥' 붙을 수밖에 없어 감염 위험에 정면으로 노출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룸살롱 형태의 업소라 '신천지' 때처럼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업소가 회원들과 직원들 명단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검사 결과를 나와야 알겠지만 앞으로 2~3주 안에 유흥업소 관련 감염자가 추가로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이 풀린 틈을 타 또다시 우려할 만한 감염 사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국에 유흥업소를 갔다는 자체만으로 사회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다"며 "이용자들이 업소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검사 자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보건당국이 유흥업소 관련 감염자를 파악하는 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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