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꼼수 비례정당 난립에 '교차투표' 멸종 위기…양당 쏠림 고착

제1당 경쟁 가열에 민주·통합, 비례투표 경쟁 치열…보수·진보 지지층 결집 강화에 열린민주당 변수까지 돌출
정의당 사면초가…심상정 대표 "국민이 정의당을 지켜달라" 절박한 호소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20-04-04 08:55 송고
제21대 총선에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각 지역·비례대표 후보들이 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사거리에서 열린 '정의당 제21대 총선 출정식'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4.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제21대 총선에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각 지역·비례대표 후보들이 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사거리에서 열린 '정의당 제21대 총선 출정식'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4.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이번 4·15 총선은 사상 초유의 '비례전용정당'들의 등장으로 기존 선거 문법이 무색하게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교차투표'가 사라질 것이란 점도 그 중 하나다.

과거 범여권 지지층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지역구는 거대 양당 후보를 뽑고, 비례후보는 정의당이나 기타 제3당을 밀어주려는 전략적 교차투표가 이뤄졌다. 사표 방지 심리와 함께 거대 양당에 대한 반감과 소수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소신투표 때문이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정의당에 교차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정의당에 대한 교차투표는 고사하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정당투표가 갈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만만하던 민주당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시민당 지지율이 미래한국당에 밀린 데다, 열린민주당이 약진하며 지지율 격차를 좁히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급해진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직접 지지자 결집 메시지를 내며 열린민주당으로 분산되는 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전례없는 상황은 민주당 지지층의 정당투표를 호소하는 비례정당이 두개나 생겨난 탓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정의당에 내줄 여유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자체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비례후보를 이적시켰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의석 확보를 최대한 저지하겠단 포석이었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의기투합한 열린민주당이 강성 친문 지지세력에 강하게 어필하며 등장하더니, 급기야 민주당 지지층 표를 가져가고 있다.

당황한 민주당은 더시민과 '한몸 마케팅'에 주력하며 지지자 총집결 전략을 펴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1당 싸움이 치열한 데다 열린민주당이라는 돌발변수와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 3일 직접 당원들에게 "당원 동지 여러분의 하나된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연일 강도 높은 지지자 집결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면서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정의당을 포함한 4+1연대(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가까스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이지만, 오히려 정의당으로의 교차투표를 막는 기형적 결과를 낳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진 심상정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의당을 지켜주시리라 믿는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총선 기자간담회에서 "비례위성정당이 만들어져 정의당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이 마음의 결정을 하지 않으셨다고 생각한다"며 "오직 의석을 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위성정당과 정의당은 다르다"며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이 같은 정의당의 절박한 호소는 현재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정당투표를 통한 비례의석 확보만이 소수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제도인 소선거구제로 인한 사표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17대 총선에서 1인 2표제 방식으로 도입된 정당투표는 실제로 그간 제3정당이 입지를 다지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이 13.08%의 정당 득표율로 비례대표 8석을 차지했고, 18대 총선에는 친박연대가 13.18% 정당득표율로 8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했다. 19대 총선에서도 통합진보당은 10.30%의 정당 득표율로 비례대표 6석을 얻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지역구는 호남에서 선전하는 한편 영남에서 새누리당에 실망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흡수하면서 민주당보다 높은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한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 33.5%, 민주당 25.5%, 국민의당 26.7%, 정의당 7.2% 순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상당수가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교차투표'에 나섰고,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 중 상당수는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찍었다.


seeit@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