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기자의 눈] 춘래불사춘, 조금만 더 봄을 양보하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2020-04-04 09:12 송고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날씨가 따뜻해지고 거리 곳곳에 꽃이 피자,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하지만, 여느해처럼 우리 마음 속엔 봄이 아직 찾아 오지 않았다.

지난 1월19일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시민들은 스스로 외출을 삼가고, 모임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올해 겨울이 더 추웠는지 모르겠다. 쌀쌀한 날씨와 텅빈 도로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얼어 붙게 했다.
인구 천만 도시 서울에서는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확진자가 500여명 발생했다. 다행히 한 명도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773명의 확진자가 집계된 일본의 도쿄, 9만명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은 미국의 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다. 외신들은 한국식 대응방법과 시민 의식에 대해 칭찬을 보내는 등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시민들의 긴장도 풀리는 모습이다. 2개월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던 시민들은 활짝 핀 꽃과 봄 날씨를 즐기러 집 밖으로 나가고 있다.

실제 3월 넷째주 주말 이틀간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 수는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의도에만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다. 매해 봄만 되면 벚꽃을 보러 많은 시민들이 찾는 석촌호수공원을 비롯해 반포한강공원, 어린이 대공원 등은 상춘객들로 붐볐다.
주차장과 공원에는 차와 사람들로, 빈 자리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먼 나라 얘기처럼 보였다.

봄 나들이를 떠난 시민들이 비록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만큼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증상이 없는 확진자가 꽃놀이를 가 다른 이들을 감염시킨다면, 생각만 해도 그 결과는 끔찍하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주말동안 버스 정류장을 폐쇄하고, 벚꽃 길을 전면 통제하는 등 강력한 대책으로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호소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도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외출을 삼가고 2m 건강거리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경계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 돗자리를 들고, 꽃구경을 떠날 시민들은 한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들과 답답한 방호복을 입은 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조금만 더 양보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먼저 봄을 누릴 수 있을 때까지.


dyk0609@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