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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받이·심부름꾼' 전락한 의료진…"우리도 보호 필요해"

확진·격리자들로부터 '심부름·무단 이탈' 비일비재
"우린 심부름꾼 아냐"…확진·격리자 '일탈'에 의료진들 "지친다"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2020-04-04 09:32 송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첫 확진이 확인된 지난 1월 20일 이후 74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첫 확진이 확인된 지난 1월 20일 이후 74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의 '일탈' 행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일부 교민들이 격리 중인 상태에서 의료진·공무원들에게 간식 심부름을 시키는 한편, 담배 구입을 위해 격리 장소를 무단 이탈하는 행위가 속속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오랜 기간 자가격리 상태에 있는 확진·격리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무리한 요구를 받으면 지친다고 토로한다. 이미 확진·격리자들로부터 '감정노동'에 시달릴뿐만 아니라 심부름 등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3일 행정안전부와 교민 입국 정부합동지원단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강원 평창의 이탈리아 교민 임시생활시설에서 격리 중이던 38세 남성 A씨가 담배 구입을 위해 3층에 있는 자신의 방을 무단 이탈했다.

또 같은 임시생활시설에 격리 중인 교민 B씨는 외부에서 음식믈(간식)을 관리 공무원을 통해 문 앞으로 전달해달라는 민원을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내용의 민원은 실제로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지역에서도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무단 이탈해 경찰에 고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달 31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C씨(28·남)를 경찰에 고발했다. C씨는 지난달 19~21일 3일간 자택에서 자가격리 지시를 무시하고 1차례씩 총 3차례에 걸쳐 자택을 무단 이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자가격리지 이탈한 52건의 사례에 대해 경찰 고발·수사를 의뢰했으며 46건은 기소 전 단계라고 지난 2일 밝혔다. 박종현 범정부대책지원본부 홍보관리팀장은 지난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자가격리를 어겨서 적발된 건수가 52건으로 사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확진·격리자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무증상자임에도 진단 검사를 해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일, 과자 등을 구매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생활치료센터에서 한 달간 근무 후 자가격리에 들어간 한 의료진은 "사실상 '모시고 살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확진·격리자들의 격리 기간이 오랜 기간 지속되며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등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더는 희망이 없다며 울부짖고 통곡하고 뛰어내린다고 하는 등 돌발행동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달달한 것을 사달라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 등에 지친 기억이 남아있다. 의료진은 감정받이도 심부름꾼도 아니다"라고 했다.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간호사도 "'언제 퇴원할 수 있냐', '다른 확진자랑 같이 격리돼 있으면 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 '다음 검사는 언제냐' 식의 질문을 하루에도 수없이 받는다"라며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기계가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의료진들의 과도한 근무도 한 달이 넘어서며 이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진료와 감염예방 등만 해도 힘든데 행정 보고, 감정노동, 감염될지 모른다는 위협 등 2중, 3중, 4중고가 쌓이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진다. PTSD의 경우 트라우마가 오래간다"라고 했다.

이어 "의료진 보호가 소홀한 가운데 감염 책임을 의료진들에게 돌리는 등 의료진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상담사 투입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인력 충원,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이라도 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첫 확진이 확인된 지난 1월 20일 이후 74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첫 확진이 확인된 지난 1월 20일 이후 74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0.4.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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