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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OTT 시청 증가…극장→안방1열, 영화산업 판도 바뀔까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0-04-04 05:45 송고
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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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중의 문화생활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극장가는 역대 최악의 불경기를 맞이한 반면, '안방 1열' 문화생활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맞이했다.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여파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대중들의 콘텐츠 소비 형태까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영화계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개봉 예정작들이 속속 개봉일을 연기하기 시작하자 2020년 개봉 라인업이 모두 뒤죽박죽 꼬여버렸고, 중소 규모의 영화들은 이미 책정돼 있는 홍보 비용을 지출한 탓에 개봉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개봉일이 연기되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데다, 다른 영화에 밀려 쉽게 개봉일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다.

한창 진행 중이던 영화 촬영도 무기한 중단되는가 하면, 해외 촬영이 지체되면서 배우가 스케줄 문제로 하차해 제작 자체가 무산되는 등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극장의 타격도 극심하다. 지난달 말부터 CGV와 메가박스 등 주요 대향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몇몇 지점의 영업 중단까지 불가피해졌다. 나름의 돌파구로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은 기획전을 준비하고 영화수입배급사협회가 미개봉 신작을 상영하는 등 프로젝트도 진행했지만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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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신작 이슈 독점

영화계 분위기가 더욱 냉각되고 있는 반면, 극장 개봉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국내에선 OTT 시장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신작 '킹덤2'가 영화 및 방송계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많은 이슈를 주도했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이용률이 증가했다. 최근 유럽의 경우 넷플릭스 트래픽이 폭주해 넷플릭스가 영상 화질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는 등 트래픽 관리에 나서기까지 한 바 있다.

넷플릭스 측은 이번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증가한 국내 유료 가입자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포브스는 2일(현지시간) 보도한 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전 세계 산업 및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스트리밍 서비스 및 홈 엔터테인먼트 수요 증가로 이어지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가까운 시일 내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콘텐츠 스트리밍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개봉 연기된 신작들 대안된 OTT

넷플릭스는 최근 영화 '사냥의 시간'의 오는 10일 온라인 공개를 확정하면서 개봉이 연기된 신작들의 대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를 두고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수입사 콘텐츠판다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유니버설 픽처스 등이 해외 시장에서도 온라인 공개를 결정한 흐름에 따라 OTT 대안론이 기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해외의 경우 유니버설 픽처스는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가 오는 10일 VOD를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일찍이 유니버설 픽처스는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더 헌트' '인비저블맨' '엠마'를 온라인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빈 디젤 주연의 영화 '블러드 샷'은 개봉 11일 만에 애플 아이튠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을 통해 디지털 릴리즈를 시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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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OTT 왓챠플레이도 시청량 2배 증가

국내 OTT 왓챠플레이도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확산되면서 시청량이 이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왓챠 관계자는 4일 뉴스1에 "지난 1월 대비 2~3월 왓챠플레이의 시청량이 꽤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코로나19가 가장 빠르게 확산됐던 지난 2월 말과 3월 초에는 1월 대비 시청량이 2배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경쟁 OTT로 볼 수도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왓플릭스'를 출시하는 등 OTT 콘텐츠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지난 1일부터 선보인 점도 주목받고 있다. 그간 왓챠는 이용자들이 콘텐츠에 대한 별점 평가를 남기면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주는 서비스에 특화돼 있었다. 이용자 개인의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추천의 정확도는 넷플릭스보다 36% 가량 높을 만큼, 이용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콘텐츠 추천 기술은 독보적이다. 

시의적절한 콘텐츠 추천 기술을 통해 해당 플랫폼의 이점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에 왓플릭스는 넷플릭스 이용자들까지 아우르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고 있다. 선택지가 많은 탓에 어떤 콘텐츠를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이른바 '넷플릭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에도 유용한 서비스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왓플릭스 출시 이후 왓챠플레이 이용자와 넷플릭스 이용자 모두 크게 호응하고 있다"며 "왓플릭스 페이지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것은 물론 SNS나 블로그, 카페 등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 관람 패턴 변화 우려

영화계 일각에서는 OTT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안방 1열' 시청 패턴이 고착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극장 개봉작의 메리트가 커지겠지만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영화계 변화 조짐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 무엇보다 '사냥의 시간'이 한국영화 최초로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하면서 극장이 아닌 다른 영화 공개 플랫폼의 장점들이 인식되기 시작한 데다, 콘텐츠의 제작비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OTT 개봉을 추진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사태가 안정되면 극장도 정상화되겠지만, 업계에서는 OTT 소비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OTT 이용의 이점들을 학습한 이용자들이, 각각 다른 OTT 플랫폼 유료 이용을 동시 병행하는 소비 패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것. 왓챠는 미국 방송사 HBO의 드라마를 독점 공개하는 등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곳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하는 등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여러 OTT를 상호 보완해서 이용하는 패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디즈니 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미국 OTT의 국내 시장 진출이 예정돼 있어 OTT 상호 보완 이용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왓챠플레이 관계자도 "향후 OTT 이용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따라 플랫폼을 오가거나, 여러 플랫폼을 병행하며 콘텐츠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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