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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증권사에 회사채 담보 대출 검토…연준 방식 직접 매입도?

(종합3보)"상황 악화될 경우 비은행 대출 방안 검토"…외환위기 이후 처음
SPC 통한 직접 매입도 논의 중인 듯…"구체적인 구조는 아직"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민정혜 기자 | 2020-04-02 19:16 송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2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2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한국은행이 증권사 등 비(非)금융기관에 대한 회사채 담보 대출을 검토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서는 방안도 한은 내부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정부보증 하에 한은이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크게 흔들리자 기업어음매입기구(CPFF) 등을 설립해 1조달러 규모의 기업어음(CP)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꺼내지 않았던 회사채 매입 카드도 포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오후 간부회의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법 제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법 제80조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국은행은 영리기업에 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중대한 애로'에 해당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통위원들도 적극적인 (직접담보대출) 쪽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제80조를 적용한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사 업무정지와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출해 준 사례가 유일하다.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해 이 조항을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이 총재는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의 자체 수요와 채권안정펀드 매입 등으로 차환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올해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20조6000억원(AA등급 이상 14조4000억원, A등급 이하 6조2000억원), CP 만기도래 규모는 15조4000억원(A1등급 10조7000억원, A2등급 이하 4조7000억원) 등 총 36조원이다. 이중 2분기 중에는 회사채가 8조9000억원, CP가 11조4000억원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한은은 "우량등급은 시장의 자체 수요와 20조원의 채안펀드 조성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차환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이상)·CP(A1등급)의 올해 중 만기도래분은 25조1000억원이다.

비우량등급 회사채·CP의 만기도래분은 11조원 정도다. 한은은 "각각 8조4000억월과 3조9000억원인 P-CBO와 산업은행·기업은행 매입 프로그램이 차환발행을 상당 부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를 두고 금융권에선 한은이 정부 보증을 전제로 SPC를 설립해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서는 전 단계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구조가 안나와서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한은이 대출 구조를 만들 때 손실 위험 최소화를 검토할 것이다. 신용 보강이 있으면 좋고, 그 중 정부 보증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정부가 한은의 회사채 매입(에 따른 신용위험)을 보증하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공개시장 조작 대상으로 결정하는 게 쉬워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회사채 신용위험을 보증한다면 가능하다고 정부에 공을 넘긴 셈이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의 비은행 대출 검토에 대해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수준의 급격한 자금 경색은 없지만 장기화에 대비해 안정망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차현진 한은 인재개발원 교수는 "한은이 1997년과 마찬가지로 제3의 기관을 경유해서 회사채나 CP를 매입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며 "다만 당시에는 외환시장 혼란이 커서 설립 목적에서 다소 벗어난 한국증권금융이나 신용관리기금이 활용됐다. 이번에는 연준처럼 기구를 설립해서 회사채나 CP 매입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은이 기구를 설립하더라도 정부보증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특정 회사채나 CP를 담보로 유동성을 푸는 일은 중앙은행의 준재정활동에 해당해 재무건정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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