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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소리·주변 소음…"조용히 해달라" 학생 마이크 끈 선생님

한국생명과학고 교사, 쌍방향 온라인 수업 시연 보니…
우왕좌왕, 딴짓해도 못막아…실시간 정보습득은 강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0-04-02 14:03 송고 | 2020-04-02 17:21 최종수정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화면 캡처.© 뉴스1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화면 캡처.© 뉴스1

"여러분 잘 들리시나요. 먼저 출석부터 부르겠습니다."

2일 오전 10시 경북 안동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의 김수정 교사가 수업 시작을 알렸다. 김 교사가 수업을 진행한 공간은 그의 자택.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해 교실 밖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했다.

교육부는 이날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온라인 팸투어'를 진행했다. 전국 초·중·고교가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맞게 된 데 앞서 현직 교사가 시연해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리로 마련됐다.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줌부터 설치해야 했다.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참여하면 준비는 끝이다. 교사가 오픈 채팅방에 공유한 줌 영상회의 링크 주소에 접속해 수업 채비를 마칠 때까지 모두 합쳐 5분 정도 걸렸다.

수업에 참여하기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큰 문제는 수업 참여자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일이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통화하는 소리, 옆 사람과 대화하는 소리, 주변 소음 등이 마구 뒤섞여 교사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해 달라"고 여러 차례 말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김 교사는 결국 '전체 음소거'를 실행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참여자의 마이크 기능을 일시정지 시키는 기능이다.

줌이나 행아웃 등 영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는 소음이 발생할 경우 각자 음소거 기능을 실행해 다른 사람이 소음 피해를 겪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실제 활용까지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다보니 기술적 오류 문제도 종종 발생했다. 기기 자체나 프로그램 설정 등 문제로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영상이 송출되지 않는 오류를 겪는 사용자가 많았다.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참여자들의 오류를 해결하느라 본격적인 수업은 10여분이 흐른 뒤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김 교사는 '그림 그리기' '도표'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 뉴스1<br /><br />
김 교사는 '그림 그리기' '도표'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 뉴스1


이날 수업의 주제는 '전특작 재배 작물의 파종과 육묘'. 밭에 나가 실제로 씨앗을 뿌리고 작물을 재배하기에 앞서 알아야 할 이론을 가르쳤다. 수업은 △출석 체크 △교과서·필기구 등 준비물 확인 △지난 강의 복습 △본 강의 △질문과 답변 △카카오톡을 활용한 필기 확인 △설문조사를 통한 강의 내용 퀴즈 등 순으로 이어졌다. 

수업은 쌍방향으로 진행됐다. 김 교사는 미리 준비해둔 강의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설명하면서 종종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실제로 배운 내용을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수업 도중 마이크를 통한 육성 질문이나 채팅을 통해 질문할 수 있다. 교과서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과 다르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온라인 수업의 강점이었다. 

다만 학생 관리에는 한계가 있었다. 얼굴을 보면서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면 수업과 다르게 카메라를 끄고서 다른 일을 하거나 자리를 비워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김 교사는 "학생이 수업 도중에 게임을 한다고 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수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과제나 설문조사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작위로 학생을 지목해 질문을 하는 것도 수업 참여를 독려하는 방법이다. 이날 김 교사는 수업 도중 제비뽑기로 선택한 학생에게 "비료의 3요소를 말해보라"고 질문했다. 답은 질소, 인산, 칼리다. 수업을 들었다면 어렵지 않은 문제였지만, 질문을 받은 사람은 대답하지 못했다.

김 교사는 "온라인 강의 시행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지만, 실제 학생들의 반응은 좋다"며 "수업이 없는 날도 '오늘은 안 하느냐'고 따로 묻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기기 보급 문제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각급 학교의 온라인 강의 진행과 직장인 재택 근무 등으로 폭증한 디지털 기기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가 과제다. 법정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사각지대에 남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근무하는 학교에도 휴대전화가 없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며 "학교에서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기를 임대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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