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평양 인사이트] 줄어든 '코로나19 보도'…이유는?

봄철 맞아 정면 돌파전 분위기 고조에 집중
국가비상방역체계는 유지…10일 최고인민회의 주목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20-04-02 13:00 송고 | 2020-04-02 13:52 최종수정
편집자주 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1면에 '평양종합병원을 보란 듯이, 세상이 부러워하게 훌륭히 일떠세우자'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여러 건 싣고 건설 진행 상황을 현장감 있게 전했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1면에 '평양종합병원을 보란 듯이, 세상이 부러워하게 훌륭히 일떠세우자'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여러 건 싣고 건설 진행 상황을 현장감 있게 전했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보도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봄철을 맞아 내부적으로 방역 선전보다는 정면 돌파전 분위기 고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1월 말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 줄곧 2개의 지면을 사용해 관련 소식을 전해왔다. 4면, 혹은 5면에 국내의 방역 소식 및 방역 상식을 전하고 6면에는 전 세계 소식을 전하는 식이었다.

지면 전체를 할애한 것은 아니었으나 노동신문이 한 가지 주제의 소식을 매일 같이 2개의 지면을 활용해 보도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북한 당국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어떤 강도로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토요일 보도에서 두 달여간 이어오던 보도 패턴에 변화가 눈에 띄었다. 국내 방역 소식과 방역 상식이 노동신문의 보도에서 빠진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틀 후인 30일 보도에서도 28일과 같은 방식으로 관련 보도를 줄였다. 그렇게 이틀에 한 번꼴로 보도의 양을 조절하던 노동신문은 이달 들어서는 1~2일 양일 모두 코로나19와 관련한 내부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대신 전반적인 보도의 톤이 '정면 돌파전'을 추동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날 노동신문은 평양종합병원의 건설장 소식을 전하면서 '현지 보도'를 통해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했는데, 최근 신문은 이같이 전국 각지의 정면 돌파전 이행 소식을 현장감 있게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경제사업에서 국가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풍을 철저히 확립하자'(1일 자 사설), '정면 돌파전에서 사상사업의 중요 과업'(2일 자 해설)처럼 정면 돌파전과 관련한 사상적 무장을 강조하는 글도 연일 1면에 실리고 있다.

나무 심기, 씨 뿌리기 등 봄철을 맞아 시작되는 전국 각지에서의 사업들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기사에 "온 가족이 나섰다"라는 표현이 쓰이는 등 이 같은 보도 역시 정면 돌파전 분위기를 다지는 데 공을 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동신문의 보도로만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의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북한은 여전히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운영하며 코로나19 방역을 '초특급'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매년 3~4월 진행하는 환경 미화 사업인 '봄철 위생월간 사업'도 올해는 코로나19 방역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두 달여간 방역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방역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의 '당부와 독려'가 없이도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는 있다.

동시에 올해 10월 10일로 결산일이 정해진 정면 돌파전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농업 등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종 대규모 건설사업을 미루고 평양종합병원의 건설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 것도 코로나19 국면에 대한 대응과 정면 돌파전의 성공을 동시에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노동신문의 보도는 북한 내부에서 정면 돌파전의 추동력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음을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코로나19 방역의 수준을 떨어뜨릴 정도일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자원과 인력은 한정돼 있고 해야 할 일은 많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다. 지난 1~2월 사이 격리됐던 8400명가량의 주민들이 격리에서 해제됐고 외국인도 380여 명이 격리됐다가 거의 모두 격리 해제 조치를 받았다.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평양 시내의 각종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외무성의 통지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인들을 강하게 통제했던 북한 당국의 눈에 띄는 변화다.

정면 돌파전의 추동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조치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이 공식적인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선언했다. 그만큼 의미 있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인민회의 닷새 뒤인 15일은 북한의 최대 정치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이다. 4월 들어 변화가 감지된 북한의 기조는 중순에 예정된 두 행사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seojiba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