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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韓 최초 수상…"꿈에도 생각 못해"(종합2보)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심사위원단 "백희나 작품은 경이로운 세계로 향하는 통로" 평해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04-01 17:09 송고
백희나 작가.(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주최측 제공)© 뉴스1
백희나 작가.(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주최측 제공)© 뉴스1
그림책 작가인 백희나가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단은 3월31일(현지시간) 스웨덴 국민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스톡홀름 생가에서 진행된 온라인 생중계에서 백희나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백 작가의 영화 같은 그림책은 소재와 표정·몸짓을 놀라운 감각으로 나타낸다"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미니어처 세계 속에서 구름빵과 달 샤베트, 동물, 목욕탕 선녀와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백 작가의 작품은 경이로운 세계로 향하는 통로이며, 감각적이고 아찔하면서 예리하다"고 강조했다.

백희나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제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스웨덴에서 주는 다른 상이 또 있나 보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그림책 작가 인생은 시작부터 무척 험난했다"며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버티고 있었고, 바닥을 쳤다 싶으면 그보다 더한 바닥이 나오곤 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구름빵' 저작권을 되찾기 위한 재판에서 2심까지 패소했다"며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지금이 그 어두운 순간인가 생각하며 힘을 내려는 마음과 나는 끝까지 불운이 계속될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마음 사이를 오가고 있을 때였다"고 했다.

그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순간에 기적이 저에게 일어났다"며 "안전하고, 행복하고,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뤄지는 꿈같은 세상에서 아이로 살고 싶어 시작한 그림책 작가 인생이 이리도 드라마틱하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이라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하루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고 했다. 백 작가는 현재 태국에 체류 중이다.

백 작가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나는 개다' '달 샤베트' 등 13권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특히 '구름빵'은 2011년 영어판을 비롯해 10여개국에서 번역출간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구름빵은 어린이뮤지컬, TV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다.

한국출판문화상, 창원아동문학상, MOE그림책서점대상, 일본그림책대상 번역 그림책 부문 및 독자상 부문을 수상했다.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픽션부분 올해의 작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아너리스트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백 작가는 '구름빵'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일괄양도하는 '매절계약'을 맺으면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백 작가는 저작권료 등의 문제로 출판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모두 패소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삐삐 롱스타킹'을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을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2002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수상자에게는 500만 크로나(약 6억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 후보에는 67개국 240명이 이름을 올렸다.

아만다 린드 스웨덴 문화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문학은 집에서 세상을 탐험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위안을 받고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라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특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는 "2020년은 삐삐 롱스타킹 탄생 75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라며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활발한 문화적 교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 많은 스웨덴과 세계의 어린이가 백 작가의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읽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스트린드 린드그렌상 수상자 발표는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 현장에서 진행돼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서전이 취소됨에 따라 이같이 이뤄졌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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