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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미국 의사의 고백 "환자 많아 병원 곧 마비될 것"

마스크도 부족해 의료진 감염에 무방비 노출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20-04-01 17:19 송고 | 2020-04-02 09:26 최종수정
미국 뉴욕주 동남부 메릭에 있는 한 식료품점 앞 거리에 마스크가 버려져 있다. © AFP=뉴스1
미국 뉴욕주 동남부 메릭에 있는 한 식료품점 앞 거리에 마스크가 버려져 있다. © AFP=뉴스1

"우리나라(미국)처럼 부유하고 잘 발달된 나라에서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하루 1만~2만명씩 폭증하고 있는 미국.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사들은 의료장비 부족이 수주째 이어지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했고, 자신도 언제 감염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특히 연방정부가 이런 상황을 인지한 지 수주~수개월이 흘렀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까지 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30일(현지시간)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넘쳐나는 코로나19 환자들에 붕괴 위기로 치닫고 있는 미국 내 병원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는 "현재 우리 병원의 중환자실 수용량이 초과되진 않았지만, 향후 몇 주 안에 압도당할 것(become overwhelmed in the next few weeks)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의료체계가 수주 내로 마비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임시 병상을 설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뉴욕 맨해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임시 병상을 설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그러면서 "(미국 내 최대 피해 지역인) 뉴욕시에서는 중환자실이 넘쳐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많은 병원들이 일반 병실을 중환자실로 전환해야 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1월2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워싱턴주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3월31일까지 확진자 수는 18만7347명으로 급증했고, 이 중 3860명이 숨졌다. 특히 뉴욕시 일대 병원에서는 밀려드는 사망자를 감당하지 못해 시신 안치에 냉장·냉동 트럭까지 동원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의료장비 부족 사태도 심각하다고 한다. 그는 "우리 병원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삽관법(intubation)이나 심폐소생술(CPR), 고유량 산소요법(high flow oxygen)을 받지 않는 한 환자들도 간단한 수술용 마스크를 써야 하며, 간호사들도 하루에 3개의 수술용 마스크만 허용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간호사들은 마스크 1개당 8~12시간 동안 써야 하는데, 이는 N95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미국 의사협회 지침은 물론, 확진자 1명과 접촉할 때마다 마스크를 교체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의료진 감염이 속출하고 있어 감염에 대한 공포가 클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확실히 많은 불안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나라에서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을지 몰랐기에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미국 건강보험 제도 특성상 보험 미가입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피해,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많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불행히도 미국의 현실"(Unfortunately this is a reality here in America)이라고 인정했다. 

A씨는 "정부 차원에서 진단검사 비용을 대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까지 적용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치료비)을 내지 못 할까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환자들을 봐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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