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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2020-04-01 06:05 송고 | 2020-04-25 23:22 최종수정
경제부 이훈철 차장.© 뉴스1
경제부 이훈철 차장.© 뉴스1

"끓는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윤오영의 수필집 '방망이 깎던 노인'의 주인공 노인이 재촉하는 손님에게 한 말이다. 그렇다. 재촉한다고 쌀이 밥이 되진 않는다. 그냥 생쌀일 뿐이다. 괜히 군불을 더 때거나 마음만 급해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간 죽도 밥도 아니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이 꼭 그 꼴이다. 설익은 밥처럼 깎다만 방망이처럼 어딘가 엉성하고 모나 보인다.

두 달 뒤에나 줄 수 있는 돈을 미리 발표해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 준비는 어떤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100만원(4인가구 기준)씩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우리 집이 받을 수 있는지, 못 받는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는다. 소득확인을 위한 복지로 사이트는 이틀째 먹통이다. 국민 관심이 그만큼 크다. 허나 정부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고 있다.

준비가 안된 것을 재촉해서 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졸속으로 정책을 만들었으니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란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정부 잘못이 아니다. 정치판이 문제다. 1차 추가경정예산안도 몰아붙이더니 추경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재난지원금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 나왔다. 3월8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에 처음 불을 댕기더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로부터 22일 만에 정부 발표가 나왔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어차피 두 달 뒤에 줄 돈이다. 총선 지나고 발표해도 될 것을 번갯불에 콩 볶듯 총선 전에 발표하게 했으니 밥이 설익을 수밖에 없다. 국민감정을 고려해 정부가 중위소득 100%까지만 지급하겠다고 한 것을 무리하게 중산층까지 확대한 것도 문제다. 열심히 일해 세금만 많이 내는 고소득층의 허탈감만 더하게 만들었다. 줄 테면 다 주고 아니면 때려치우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욕만 먹게 생겼다. 방망이 깎던 노인에게 꾸중을 들어야 할 판이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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