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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림의 북살롱] 주철환 교수가 들려주는 '당신 인생의 명PD 되는 법'

신간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 펴낸 '스타PD 출신' 주철환 교수
"우울한 과거 편집하고, 행복한 미래는 좋은 자리에 편성하라"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04-01 05:30 송고 | 2020-04-01 10:55 최종수정
서울 사직로 카페. '스타PD' 출신 주철환 교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사직로 카페. '스타PD' 출신 주철환 교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인싸(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1980~1990년대 '스타PD'로 이름을 날린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분명 첫 만남이었는데, 그는 타인과의 만남에서 생기는 심리적 경계를 '폴짝'하고 넘어왔다.

"으허허허. 어때요? 실물이 훨씬 젊어 보이죠? 아들이 입다가 안 입는 옷은 제가 입는데, 오늘도 아들 옷 입고 나온 거예요." 주 교수의 친근함은 일상인 듯 했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된 동네카페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었다. 흔한 60대 중년 남성의 모습과는 무척 달랐다.
본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그였다.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연출하며 MBC의 예능전성시대를 이끌기도 했고, 방송국 사장(OBS 경인TV)도 해봤으며, 서울문화재단 대표까지 역임했다. 그럼에도 권위의식은커녕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졌다.

주 교수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주 교수의 좌우명이자, 이번에 출간한 신작 에세이 제목에 담겨 있었다. "제 좌우명은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예요."

주 교수는 실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재미있어하는 일을 이뤄낸 경험이 많다. 특히 지난 2009년 9월25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연 '주철환 음악회'는 그의 기억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주 교수는 "800명의 관객이 제가 부르는 노래와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콘서트 '노래는 불러야 노래'에 와줬다"라며 "특히 배우 김혜자, 윤석화, 아나운서 이금희, 제자이자 문제아인 최민수(주철환 교수는 PD가 되기 전, 고등학교 국어교사도 했으며 이때 최민수를 가르쳤다) 등이 게스트로 나와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복무 중이던 아들도 휴가를 나와 참석해줬고, 아들친구들이 저의 백업댄서로 나와줘서 더욱 감동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사직로 카페. '스타PD' 출신 주철환 교수 인터뷰. 2020.03.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사직로 카페. '스타PD' 출신 주철환 교수 인터뷰. 2020.03.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그의 이런 경험들이 언제나 환영받는 건 아니었다. 일부는 그를 '관심종자'(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병적인 수준에 이른 상태에 놓인 사람)라고 부르며 비하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에 신경 쓰는 대신 그분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넘어간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못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말했다. 

주 교수는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이 인연이 좋은 인연이 되고, 좋은 인연이 계속해서 연장되는 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살기 위한 다른 노하우들도 공개했다. 주 교수는 "인생의 편집과 편성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자책하고, 미워하고, 병들게 하기 때문에 버릴 수 있는 것은 버리는 '편집'이 중요하다"라며 "또한 좋은 생각을 알맞게 배치하는 '편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삶의 정리정돈을 잘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청률'을 중요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률에 민감하다. 대화를 나누거나 강연을 할 때, 재미없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화제를 전환한다. 그가 예능PD로 활동하던 시절 얻었던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재미있는 삶을 살기 위한 그의 노력으로 보였다.

그의 이런 생각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신간에서 다루는 주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해당하는 진중한 내용이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잘 녹여내면서 대중들이 흥미롭게 여길 수 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놨다. 

"저는 방송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PD였지만, 사실 사람들의 인생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PD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에도, 지금하는 대화에도 인생을 연출하고 편집하는 방법을 담아낸 거고요. 낡고 우울한 과거는 편집하고, 다가올 행복한 미래는 좋은 자리에 편성하세요!"

◇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 / 주철환 지음 / 마음서재 / 1만4000원.© 뉴스1
◇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 / 주철환 지음 / 마음서재 / 1만4000원.© 뉴스1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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