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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오렌지 통합, '빅3' 틀 깬다...지주사 보험 경쟁 가열

IFRS17 도입되면 몸집보단 수익성 중요…통합사 업계 3위로
KB금융지주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2조원대 제시…설욕전 예고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2020-03-31 12:07 송고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한지주 본사에서열린 '2020 신한금융그룹 시무식'에서 조용병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2020.1.2/뉴스1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한지주 본사에서열린 '2020 신한금융그룹 시무식'에서 조용병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2020.1.2/뉴스1

내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 통합은 생명보험업계 빅3(삼성·한화·교보) 체제 균열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의 당기순이익을 합치면 한화생명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선다. 특히 2023년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에 더 이상 몸집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 통합 보험사를 핵심 사업라인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꿰찬 신한금융이 추격자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KB금융지주 역시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보험업계로 옮겨온 금융지주 간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전날 오후 화상회의로 '뉴 라이프(NewLife) 추진위원회'를 열고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일을 내년 7월1일로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지 약 3년 만에 신한생명과 통합하는 셈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2조2989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월 오렌지라이프를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1월엔 오렌지라이프의 자사주 외 잔여지분 40.9%를 취득해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내년 7월 양사가 통합하면 '생보사 빅3' 체제 균열이 전망된다. 현재 보험사 재무제표는 수익의 원천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몸집, 즉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평가됐다. 이 기준에 따라 삼성생명(지난해 11월 기준 22조4239억원), 한화생명(11조4035억원), 교보생명(10조3883억원)이 '빅3'를 점하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각각 4조3885억원, 3조7496억원으로 7, 8위를 차지했는데 양사가 통합하면 8조1381억원으로 NH농협생명을 제치고 단숨에 4위에 오른다. 3위 안착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양사는 통합 후 삼성생명(8193억원), 교보생명(6073억원)에 이어 3위(3214억원) 자리에 올라선다. 이미 한화생명(6위·1543억원)을 웃도는 오렌지라이프(4위·2115억원) 당기순이익에 신한생명(9위·1099억원) 몫이 더해진 결과다. 라이나생명(2634억원)은 자연히 4위로 밀려난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오는 2023년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를 평가할 때 더욱 큰 가중치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IFRS17이 적용된 재무제표에서는 보험사가 위험률차손익(사차익), 사업비차손익(비차익) 등 보험영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는지, 이자율차손익(이차익) 등 투자영업에서 이익을 얻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은 보험영업과 투자영업 성과가 재무제표에 섞여 있어 소비자나 투자자는 보험사의 수익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기 어렵다. 보험사 수익의 원천이 흐릿하다 보니 수입보험료가 보험사의 주요 성과 지표로 사용됐다. 보험사가 고금리·고성장 환경에 기대 마진이 낮더라도 보험료, 그중에서도 저축보험료를 늘리는 데 치중한 배경이기도 하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 통합으로 금융지주 간 비은행 부문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업계의 지각을 흔드는 일류 보험사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통합된 보험사를 신한금융의 핵심 사업라인으로 키우겠다는 선언이다. 현재 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데, 신한금융의 다음 성장동력으로 보험을 상정한 것이다.

이는 신한금융이 추격자 KB금융을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신한금융 순이익은 3조4035억원, KB금융는 3조3118억원으로 두 금융지주의 차이는 불과 917억원이었다. 특히 신한금융이 앞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렌지라이프 당기순이익 중 신한금융 보유 지분만큼 반영된 1606억원이 주효했다.

현재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추진하며 설욕전을 예고하고 있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에서 2조원 중반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경쟁자인 사모펀드가 1조원대를 쓴 것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금융지주 간 선두 경쟁은 결국 보험사 실적에서 갈릴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465억원으로 업계  7위 수준이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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