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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진해 벚꽃 ‘그림의 떡’…“너무 아쉽다”

상춘객 드문드문 “텅 빈 벚꽃길 언제 또 찍겠냐”
코로나19 청정지역 진해 “걷기도 미안할 정도”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2020-03-28 14:37 송고 | 2020-03-28 16:48 최종수정
2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벚꽃 명소인 여좌천이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 되면서 텅 비어있다. 2020.3.28./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2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벚꽃 명소인 여좌천이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 되면서 텅 비어있다. 2020.3.28./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걷기도 미안하다. 벚꽃 길을 전세 낸 것 같다.”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만난 강경숙씨(63·여)는 남편과 함께 통제된 여좌천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김해에서 진해의 중화요리 맛집을 찾아왔다는 그는 “통제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잠시 (여좌천을) 들렀다”며 “진해에 가로수 전체가 벚꽃인 건 처음 알았다. 가을에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저쪽(로망스다리)으로 가보지 못해 이렇게 아쉬운데…. 해라도 떴으면 이 거리가 얼마나 더 찬란했겠느냐”라며 벚나무를 다시 바라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창원시는 전국 최대 규모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를 취소하고 벚꽃 명소인 경화역과 여좌천은 전면 통제에 들어갔다.

지난해 전국에서 진해군항제를 찾은 사람은 무려 412만명에 이르고 이 중 45만명은 외국인으로 세계 축제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경제유발 효과도 2340여억원에 달했다.
창원시가 관내 최대 행사를 포기한 셈이다. 일찌감치 해외나 국내 여행사 2만2300여곳에 군항제 취소 사실을 알리고 방문 자제 서한문을 보냈으며, 언론과 현수막 등으로 상춘객 자제도 알렸다.

2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벚꽃 명소인 경화역을 찾은 상춘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2020.3.28./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2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벚꽃 명소인 경화역을 찾은 상춘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2020.3.28./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실제 경화역·여좌천 진출입 곳곳에 봉사자들과 경찰관 등이 배치돼 통제하고 있었다. 주말을 맞아 상춘객들이 몰릴 법도 했던 이날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노점상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다만,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흐드러지게 피면서 ‘벚꽃절경’을 보기 위해 진해를 찾은 상춘객들은 드문드문 보였다. 다른 진해 거리보다 조금 더 사람은 많은 수준이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동네 주민부터 아버지 품에 안겨 손을 뻗어보는 아이, 통제구역 인근에 핀 벚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온 청년까지 모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화역(여좌천)이 폐쇄됩니다’라는 현수막 앞에서 아쉬움을 달래며 휴대전화에 벚꽃을 담고 있었다.

매년 혼자 여좌천을 찾아 새해를 준비했다는 부산 시민인 신모씨(30)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이렇게 아예 전체를 막을 줄 몰랐다”면서 “그래도 진해에서 텅 빈 여좌천 벚꽃을 찍을 일도 언제 있겠느냐”고 웃어보였다.

옆에서 통화하던 한 아주머니는 “진짜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잘 들을지 몰랐다. 그래도 벚꽃은 여전하다”라며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

경화역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통제 중인 경찰관에게 “잠시만 들어가서 사진만 퍼뜩(빨리) 찍고 오면 안 되겠냐” 물으며 답답해했다. 이 어르신은 “원래 벚꽃이 한 10일 정도 바짝(집중해서) 핀다. 벚꽃이 지고 나서 통제 풀어주면 무슨 소용이냐”라고 지적했다.

경화역 인근에서 벚꽃 구경을 위해 차량은 서행하며, 시민들은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현재 창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24명이지만 진해구에는 단 한 명도 없이 ‘청정지역’이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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