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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관전 공익제보자도 처벌" 텔레그램 그놈들 또 '2차가해'

[단독]악의적 설문조사 진행…"신상털이 우려"
전문가 "추적단 불꽃 공익제보자, 지원·보호해야"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0-03-28 13:29 송고 | 2020-03-28 15:21 최종수정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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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0명이 모인 극우 성향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대학생 취재단 '추적단 불꽃' 가해로 확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장난으로 넘기기 어려운 악의적인 설문조사"라며 "추적단 불꽃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로 번질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단 2명으로 구성돼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범죄 현장을 잠입 취재한 뒤 이 문제를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을 보호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27일) 오후 5시30분쯤 극우성향의 텔레그램 대화방 '텔레포털'에는 설문조사 공지글이 올라왔다. 'n번방 관전 추적단 불꽃을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설문조사였다. 

항목은 '동의합니다'와 '그들은 경찰이 아닙니다. 이유 여하 막론하고 모든 관전자(여성 포함)는 처벌받아야 합니다' 2개뿐이다.  

텔레포털 대화방에는 약 85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00명이 해당 설문조사를 확인했다. 28일 낮 12시 기준 450명 정도가 설문조사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오후 2시쯤 투표 종료결과 452명 투표에 35% '동의', 65%는 '이유여하 막론 모든 관전자 처벌받아야 한다'는 게 65%를 차지했다. 그러나 두 항목 모두 '추적단 불꽃 비난'이 목적이다. 어느 쪽 응답률이 우세하든 '추적단 불꽃을 처벌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 2020.3.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 2020.3.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전문가들은 이런 설문조사가 추적단 불꽃 비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둔감한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목적성이 다분한 여론몰이에 동요하기 쉽고 추적단 불꽃을 겨냥한 신상털이 같은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해당 설문조사 내용과 텔레포털 대화방 분위기를 살펴보고 "가볍게 넘길 해프닝이 아니다"며 "비슷한 성향이 모인 집단에서 여론이 퍼지면 어떤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휴대전화 메신저 특성상 추적단 불꽃에 대한 신상털이 같은 직접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 교수는 이어 "추적단 불꽃의 활동은 공익 제보 차원에서 이뤄져 텔레그램 잠입 취재는 처벌 대상이 전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텔레포털은 '박사방 성착취 범죄'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돌리는 설문조사도 진행해 거센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25세 조주빈은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 74명을 협박해 제작한 성 착취 영상물을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대량으로 유포해 억대 수익을 올렸다.

텔레포털 운영자는 "우리도 조주빈을 비판한다"고 밝혔으나 게시물을 보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극단적으로 느껴지는 극우성향에 여성 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 사진과 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박사방' 사진·영상을 소장한 이용자도 텔레포털에 참여 중 것으로 확인됐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들의 활동을 가리켜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우리 사회가 '공익 제보자' 추적단 불꽃을 지켜준다는 마음으로 보호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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